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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경련 패싱’…윤부근·정진행·김준, 총수 대신 ‘실무형 CEO’ 동행

김미경 기자I 2018.03.20 06:10:00

文대통령 베트남·UAE 순방길 경제사절단 윤곽
포스코는 권오준 대신 김영상 참석
경제단체中 허창수 회장만 또 불참
靑 “의도적 배제 아냐…신청 안해”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 순방길에 오른다. 올해 첫 외국 방문으로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와 글로벌 경제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포스트 평창 외교’에 시동을 건다.

이번 순방길에는 경제인이 대거 동행한다. 다만 현지사업 중심의 ‘실무형’ 사절단을 구성한다는 방침에 따라 주요 그룹의 총수가 대거 참석하는 대신 대기업 부회장·사장급 전문경영인(CEO)이 상당수 합류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UAE 순방 일정에 동행할 경제사절단 명단의 윤곽이 잡혔다. 경제사절단 구성을 맡은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는 참가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심사위원회를 개최, 1차 명단을 추린 뒤 현지사업 연관성과 업종별 배분 등을 감안해 청와대 협의를 거쳐 최종 참가 기업인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베트남 경제사절단에는 그룹 총수급으로 LS그룹의 구자열 회장,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동행한다. 또 4대 그룹에서는 삼성전자 윤부근 부회장, 현대차 정진행 사장, SK 박영춘 부사장, LG전자 이우종 사장 등 CEO들의 참석이 유력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이번 베트남·UAE 순방 명단에서도 또 빠졌다.
윤부근 부회장은 대외협력 담당인데다, 베트남이 삼성전자 휴대전화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기지라는 점에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은 협력사인 베트남 로컬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베트남 경제 판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기준 삼성의 베트남 전체 현지 고용 인원수는 16만명에 달한다. 지난 한 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5.3%를 삼성계열사가 책임졌다.

또 GS건설의 허명수 부회장, 두산중공업의 박지원 회장, 한화의 김연철 대표도 베트남 순방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6위 포스코는 권오준 회장 대신 계열사 사장이 순방길에 오른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지 사업 중심의 실무형사절단을 꾸리고 있는 만큼 포스코 역시 계열사 사장이 동행한다”고 밝혔다. 연임 성공은 물론 해외 사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포스코대우 김영상 사장과 최두환 포스코ICT 사장의 동행 가능성이 점쳐진다. 포스코대우는 베트남 전체 교역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대우 베트남무역법인은 2017년 기준 총 거래규모 15억불을 기록, 2016년 대비 1.5배 신장했다. 베트남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효성은 조현준 회장 혹은 조현성 사장이 방문할 것이란 예측이다.

UAE의 경우 베트남 순방길에 이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다. 이어 현대차 송민규 아중동지역본부장, LG화학 박진수 부회장, 현대건설 박동욱 사장,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동행하며, 4대 이하 그룹에선 GS건설 임병용 사장, 두산 박지원 부회장, 한화 금춘수 부회장, LS전선 명노현 사장 등 전문경영인이 다수 참가할 전망이다. 최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우리 정부가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베트남 및 UAE를 상대로 무역을 하거나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중견·중소기업 대표들도 상당수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단체 5개 중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만 불참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순방에 동행한다. 이들은 현지 한국 기업인, 정부 인사와 만나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은 명단에서 빠졌다. 허 회장은 새 정부 들어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통령 해외 순방에 참여한 적이 없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이어져 온 ‘전경련 패싱(무시)’이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순방 단체 가운데 전경련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게 아니다. 대한상의를 통해 모집했는데 전경련은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 해외순방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의 ‘투자보따리’ 관행은 사라질 전망이다. 해외 경제사절단 구성 때마다 ‘짜깁기’ ‘보여주기식’ 순방 투자성과 발표가 사실상 문재인정부에서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해외순방시 별도의 투자성과 발표할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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