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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청년 의무채용 5%로 확대?…3%도 못지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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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오 기자I 2017.07.05 06:30:15
△한 여고생이 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현행 정원의 3%에서 5%로 대폭 높이기로 하면서 기획재정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 비율을 달성하려면 공공기관 인력과 예산 지원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퇴직 등 자연 감축 인원이 적은 신설 공공기관이나 인력 수요가 많지 않은 소규모 공공기관은 현재 3%인 의무 고용 비율도 지키지 못해 경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어서 공공기관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리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청년 의무고용 비율, 내년부터 5%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의무 비율을 지금보다 2%포인트 높은 5%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관련 조항이 담긴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행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제5조는 공공기관에 청년(15~34세) 미취업자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정원 30명 이상인 기타 공공기관 등 공공기관과 정원 30명 이상인 지방공사·지방공단 등 지방 공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해당 기관이 2014년부터 매년 전체 직원 정원의 3%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 중에서 뽑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이 비율을 5%로 끌어올려 공공부문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공공기관 5곳 중 1곳, 3% 비율도 못 지켜

그러나 문제는 이 경우 공공기관 인력 증원과 예산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 고용 의무제 적용 대상인 공공기관 409곳이 신규 고용한 청년은 전체 정원의 5.9% 수준이었다. 409개 기관이 2015년보다 3660명 늘어난 청년 1만 9236명을 채용했다. 이 수치만 보면 청년 의무 고용 비율 5% 달성도 무리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기관별 사정은 다르다.

409개 기관 중 청년 신규 고용 비율이 정원의 3%를 밑돈 기관도 82곳(공공기관 48곳, 지방 공기업 34곳)이나 됐다. 전체 제도 적용 대상 기관 5곳 중 1곳꼴로 기준에 미달한 것이다.

공공기관이 청년 신규 채용을 확대하려면 기본적으로 회사 내 퇴직자 등 자연 감소 인력이 많거나 조직 확대로 인해 인력 수요가 느는 등 고용 사정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작년 청년 의무 고용 준수율이 80%로 2015년(70.1%)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것도 임금 피크제 도입에 따라 기관이 아낀 인건비를 별도 정원 신규 채용에 쓴 덕분이다.

이런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기재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손을 벌려야 한다.

현행 규정상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정원을 늘리려면 기재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지방 공기업의 경우 지자체장 승인을 받아야 해서다. 인건비 등 모자라는 예산도 기재부와 지자체가 보조해야 한다. 정원 증원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경영 평가 제도 역시 기재부(공공기관)와 행정자치부(지방 공기업)가 완화하지 않으면 각 기관이 선뜻 증원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한 기관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영세 기관이거나 기관 특성상 청년을 뽑기 어려운 교육기관 같은 곳이 많다”면서 “상당수가 기존 정원과 예산에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무 못 지키면 기관 등급 ‘뚝’…형평성 문제 우려도

이대로라면 기관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기재부의 경우 공공기관 경영 평가 때 청년 미취업자 고용 실적을 0.9~1.7점(2017년도 평가 기준·전체 100점 만점) 반영하고 있다. 청년 고용 의무를 준수한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 사이 점수 차가 최대 1.2점에 이르는 것이다. 경영 평가 등급이 소수점 단위로 갈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 채용 여력이 없는 기관은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기재부는 새 정부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 경영 평가 때 고용 관련 지표를 확대 반영하는 제도 개편 작업에도 이미 착수한 상태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도 각 기관의 정원 증원과 예산 지원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청년 고용 의무제 담당 부처인 고용부 방침이 정해지면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중앙·지방 정부가 청년 채용 확대에 따른 부담을 안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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