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보툴리눔 독소(일명 보톡스)는 근육을 수축시키는 아세틸콜린을 차단하는 일종의 신경 마비제다. 근육의 움직임과 크기를 일정기간 줄일 수 있다. 보톡스는 처음에 뇌성마비나 사시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런 질환은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돼 있는 게 특징이다. 이 외에도 미간이나 눈가, 이마의 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비롯해 사각턱이나 종아리 같은 큰 근육에도 쓴다. 그러면 근육량이 줄어들어 전체적인 모양이 변한다.
전 세계 보톡스 시장 규모는 30억~40억 달러(약 3조3570억~4조4760억원)에 달하는데 2022년이면 2배 정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보톡스의 치료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치료용 보톡스와 미용 보톡스 비율이 대략 5대5 혹은 6대4 정도로 치료용 시장이 더 크다. 세계 1위인 엘러간의 ‘보톡스’는 △만성편두통 △과민성 방광 △눈꺼풀 떨림 △뇌성마비 △경부근긴장이상증(목 근육이 굳는 병) △다한증 △팔 근육 경직 △미간주름 개선 △요실금 △다리경직 등 10개 질환에 쓸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전 세계 보톡스 중 가장 적용 범위가 가장 넓다. 엘러간은 보톡스로 지방간을 치료하는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점유율은 엘러간(74%)이 가장 높고 그 뒤를 그 뒤를 입센(15%), 멀츠(7%), 메디톡스(2%)가 추격 중이다.
800억~1천억원 규모의 국내 보톡스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양상이 전혀 다르다. 95% 이상이 미용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메디톡스(086900)가 점유율 40%로 가장 높고, 휴젤(145020)(30%), 엘러간(10%) 순이다. 휴젤은 올해 1분기 443억원의 매출을 올려 405억원을 기록한 메디톡스를 분기기준으로 처음 뛰어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석권하는 이유에 대해 미용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업계의 경쟁으로 인한 대등한 품질, 저렴한 가격 등을 꼽는다. 사각턱 축소술의 경우 국산 제품을 쓰면 5만~10만원이 들지만 외국산 제품은 10만~20만원으로 약 2배 정도 차이난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 강남의 경우, 일부 병원에서는 특정 시술을 받으면 보톡스 시술을 무료로 해 주기도 한다. 임이석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은 “외국산 제품은 출시 초기나 현재나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미용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는 것과 달리 치료용 시장은 엘러간의 독무대다. 한 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치료용 보톡스 시장은 가격보다는 효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국산 제품은 허가 받은 치료 대상 질환이 적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는 국산 제품은 별로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