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로는 처음으로 유리 천장을 뚫은 김소연(49·사진) 노무라이화자산운용 공동 대표이사가 사회 첫 발을 내딛였을때부터 줄곧 붙어다녔던 수식어다.
부동산 업계 20년 이상 몸 담아 온 김 대표는 “자신을 믿고 따르는 후배들을 키워주기 위해 대표 타이틀에 욕심을 냈다”며 “직장 여성들이 중간 관리자나 실무형 인재로 안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유달리 사람을 중시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이화자산운용은 2010년 일본 노무라홀딩스와 이화그룹이 각각 50%씩 출자한 합작사로 설립된 부동산 전문 운용사다.
김 대표는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후 첫 직장이었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선 여성 최초 공채 출신 연구원이었고, SK네트웍스에서는 최연소 여성 부장(부동산개발 전문가)의 타이틀을 달았다. 이어 현대자산운용 본부장을 거쳐 노무라이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지 3년만에 실적을 인정받아 CEO에 올랐다.
김 대표가 노무라이화자산운용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프로젝트는 천안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다. 개발단계의 비즈니스 호텔을 선매입하고 준공후 인수 운용하면서 목표수익률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딜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후배와의 공동 작품이다.
지난해에는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김포 지역 오피스텔 분양에 대한 선매입확약을 통해 4개월 만에 두자릿수 수익률을 올렸다. 이 딜 역시 신라스테이를 함께 했던 후배와 같이 일을 했다. 김 대표는 “업계 오래 있다보니 좋은 딜을 먼저 제안 받는 경우가 많다”며 “부동산 투자는 특히 인맥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올해 투자한 부산의 NC백화점, 청주CGV 등 리테일도 연 7%이상의 배당 수익을 내고 있다. 김 대표는 “높은 가격을 써서 경쟁하는 입찰보다는 틈새시장을 주로 공략한다”며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밸류 애디드(Value-Addded)성격의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밸류애디드 전략은 공실률이 높거나 노후화된 건물을 비교적 싼 가격에 매입한 후 공실을 줄이거나 임차인 개선, 물리적 개보수 등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가치를 높인 후 매각해 수익을 내는 전략을 말한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우량한 자산에 투자하는 코어 부동산 보다는 밸류애디드 자산을 공략하는 이유도 지나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입찰 경쟁에도 참여하지만 무리한 가격을 써내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체적인 가치 평가 결과 합리적인 가격선에서 제안서를 낸다. 특히, 잠재투자자와 충분히 협의하여 펀딩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딜 구조를 짜 성공적인 클로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달 중순에는 최근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시흥 배곧 롯데마트를 투자대상으로 한 펀드상품을 준비 중이다. 배곧 롯데마트는 임대차기간이 20년 남아있는 안정적인 상품일 뿐 아니라, 배곧 신도시가 성장하면서 매력적인 투자상품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상품이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국내 임대 주택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선진국과 같은 임대 주택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직접 딜 소싱을 하고 입찰 경쟁에 뛰어드는 실무형이지만 최근에는 한 발짝 물러서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는 “모든 실무에 관여하거나 직원들에게 일일이 수정 지시를 하지 않고 있다”며 “대표이사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조직이 융화되도록 조직원들을 이끄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딜은 결국 사람에게 달렸다”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신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렸했던 것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대표이사는
- 현 노무라이화자산운용 공동 대표이사. 1968년생.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한국건설기술연구원, SK네트웍스, 현대자산운용 등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