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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문화계 '젖줄' 고갈, 대책마련 시급하다

이윤정 기자I 2016.07.26 06:06: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문학의 발전을 기대한다면 우수 문예지 지원사업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 지난주 문학계를 달군 이슈는 정부의 ‘우수 문예지 발간 지원사업’ 폐지였다. 문학계는 정부가 무턱대고 지원금을 끊으면서 ‘세계의 문학’ ‘유심’ ‘솟대문학’ 등 오랜 역사의 종합문예지가 줄줄이 폐간하는 계기가 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사태는 지난 40여년간 문화예술계를 키워온 젖줄인 ‘문화예술진흥기금’(이하 문예기금)의 고갈 위기와 맞물려 있다. 그간 문예기금은 예술인창작지원·지역문예활성화 등에 1조 6500억원을 지원해왔지만 고갈 시점이 다가오면서 뾰족한 대책 없이 지원사업만 줄이고 있는 형편이다.

1973년 ‘순수예술 진흥’을 위해 마련한 문예기금은 공연장·영화관·문화재 등의 관람료에 일정비율을 징수하는 방식으로 조성했다. 하지만 2003년 말 모금제도가 폐지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문예위는 적립금을 깎아먹는 방식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해왔고, 2004년 5273억원이던 문예기금은 지난해 111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예년의 지출규모라면 2017년에는 바닥을 드러내 예산편성이 불가능해진다.

문예기금이 고갈되면 기초예술 활동은 물론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콘텐츠산업의 축소도 불가피하다. 당장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등의 지원에도 차질이 생긴다. 그렇다고 문예기금의 규모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문학·미술·연극·음악·무용·전통·융복합 등 예술분야 7개 장르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초라한 수준이다. 단순비교를 하자면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체육기금은 문예기금의 4.9배, 관광기금은 4.6배에 달한다.

문예위는 당장 올해 예산에 체육기금 500억원과 관광기금 500억원을 신규전입해 편성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다. 이런 상황을 손 놓고 지켜만 보는 정부의 안일함이 예술계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문예기금의 안정적인 확보와 운영방안에 대한 청사진이 절실하다. 그래야 말로만 ‘문화융성’이 아닌 내실 있는 ‘문화부흥’을 꿈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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