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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김영란법 제정안은 “부정청탁 금지”, “금품 등 수수 금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라는 세 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법안의 정식명칭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이었다. 그런데 국회는 입법과정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라는 기둥을 전면 제거해버렸다. 그래서 법안 이름도 현재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되었다. 국회가 김영란법에서 반부패 정책의 핵심을 빼버린 반쪽짜리 입법을 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 것이었다.
국회가 통째로 빼버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에 “가족 채용 제한”의 내용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 밖에도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 직무수행 금지”, “직무관련자와의 거래 제한” 등을 비롯한 여러 규정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모두가 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을 위한 규정이었다.
“이해충돌 방지”부분은 세계적으로도 반부패법의 공통 근간이라고 할 만하다. UN 반부패협약(2003)은 공공부문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 협약 당사국이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체계를 강화할 것을 규정했다. OECD 이해충돌방지 가이드라인(2003)도 회원국들에게 이해충돌방지 제도를 마련하도록 권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G20 반부패 행동계획(2010)도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행위기준을 제정하고 엄격하게 시행할 것을 회원국들에게 권고 한 바 있다.
미국은 이에 앞서 1962년에 이미 ‘뇌물 및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였다. 캐나다도 2006년에 ‘이해충돌 방지법’을 제정하는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가들이 이해충돌 방지제도 구축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입법 현황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 성적은 좋지 않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TI)라는 세계적 반부패운동 단체가 있다.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매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를 발표한다. 올 1월에도 2015년 지수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6점이었다. 국가 순위는 전체 168개 조사대상국 중에 37위였다. 그런데 OECD 가입 34개국 중에서는 공동 27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1995년부터의 지수 변화 추이를 살펴봐도 본질적인 개선이 없는 정체 수준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는 덴마크(91점), 핀란드(90점), 스웨덴(89점)이 1위~3위이다. 아시아 국가로는 싱가포르(8위, 85점), 홍콩과 일본(공동 18위, 75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국민의 지탄을 받자, 이를 금지하는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회의적 시각이 많다. 지난 17대부터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이 여러 번 제출됐다. 하지만, 본회의 상정은커녕 상임위 논의도 제대로 안 되고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범한 20대 국회는 어떨까? 뭔가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을까? 그러자면 단순히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에 그칠 것이 아니다. 김영란법 입법 당시 완전히 빼버린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입법 당시에도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보완을 거쳐 추후 입법화를 추진키로 한 바 있다. 국가의 투명성을 높이고, 20대 국회의 달라진 면모를 국민에게 보이기 위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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