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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이름값’이란 말을 내내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소리꾼 이자람이 또 일을 냈다. 남미문학을 대표하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단편소설에서 판소리 ‘이방인의 노래’를 빼냈다. 북장단 하나에 기다렸다는 듯 수십명의 인물이 그녀의 입과 몸을 빌려 튀어나왔다. 신들린 연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연극계 거장 이윤택의 역작인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선 장녹수로 변신했다. 연기는 물론 음악감독과 작창까지 1인다역으로 ‘정말 잘 하더라’는 이윤택의 극찬을 챙겼다.
연출가 김광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천재적 끼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뮤지컬 ‘신과 함께’가 상상력과의 싸움에서 승리였다면 연극 ‘나는 형제다’는 주제와의 싸움에서 승리였다. 때와 장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그의 노련한 연출력에 장르 구분은 이미 무의미하다. 때로는 유쾌하게 띄우고 때로는 묵직하게 누르는 참 부러운 장기만 돋보일 뿐.
배우 홍광호와 김준수는 투맨쇼로 압도했다.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이들은 원캐스트로 두 달간 57번 관객과 만났다. 양뿐인가. 일본 원작을 뒤집어버린 절창과 연기력은 차라리 새로운 작품을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못지않은 퍼포먼스는 가수 이승환에서 나왔다. ‘공연의 신’이란 별칭은 괜히 붙여진 게 아니었다. 6시간을 넘긴 콘서트 ‘빠데이-26년’에서 그는 더없이 화려한 무대장치 위로 66곡을 쉴 새 없이 뿌려댔다. 예전 같지 않은 기량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전설’이란 걸 증명한 본 조비의 내한공연도 있다.
아흔을 앞두고도 기본기에 충실한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의 독주회나 한국 여성 1호 오페라연출가란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창극 ‘적벽가’를 탄생시킨 연출가 이소영, 강렬한 몸짓·음악으로 현대의 고민을 풀어내며 더 이상 발레가 고고한 몸짓이길 거부한 안무가 제임스 전의 ‘레이지’도 빛나는 이름값이 빚어낸 존재이유였다.
내년 2월 시상식을 앞둔 ‘제3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올해 중반기 추천작을 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관객과 만난 공연예술작품 중 연극·클래식·무용·국악/전통·뮤지컬·콘서트 등 6개 부문에서 두 작품씩 선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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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대상추천작] 이자람·김준수·이승환의 '이름값'
☞ [문화대상추천작_연극] 서울시극단 '나는 형제다'
☞ [문화대상추천작_연극] 국립극단 '문제적 인간 연산'
☞ [문화대상추천작_클래식] 외르크 데무스 피아노 독주회
☞ [문화대상추천작_클래식]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RNO 내한공연
☞ [문화대상추천작_무용] 인천시립무용단 '가을연꽃'
☞ [문화대상추천작_무용] 서울발레시어터 '레이지'
☞ [문화대상추천작_국악] 소리꾼 이자람 '이방인의 노래'
☞ [문화대상추천작_국악] 국립창극단 '적벽가'
☞ [문화대상추천작_뮤지컬] 씨제스컬쳐 '데스노트'
☞ [문화대상추천작_뮤지컬]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
☞ [문화대상추천작_콘서트] 이승환 '빠데이-26년'
☞ [문화대상추천작_콘서트] 본 조비 내한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