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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공유경제]②1년새 세배 뛴 우버 몸값

신정은 기자I 2015.08.04 08:05:43

380兆 시장 잡아라…더이상 외면할 수 없다

자료=PwC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정은지(29)씨는 지난달 고등학교 친구들 3명과 함께 일본 오사카를 여행했다. 이들 일행은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숙박시설을 예약했고 걱정과 달리 깨끗한 집 한 채를 전체로 빌릴 수 있어 오히려 호텔보다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과거 가정집의 빈방을 대여해주는 민박 개념을 넘어 이처럼 공간을 공유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인기를 끌고 있다. 7년 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공유경제’라는 용어를 선보일 때만 해도 이런 형태의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컸다. 인류의 소유욕을 쉽게 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미국 차량 공유서비스 우버(Uber)를 필두로 중국에서는 이에 필적할만한 디디콰이디(滴滴快的)가 생겨났고 숙박 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집기 공유업체 네이버구즈(Neighborgoods), P2P 대출업체 렌딩클럽(Lending Club), 클라우드 펀딩 업체 킥스타터(KickStarter)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공유 경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공유경제 시장 규모가 2025년까지 3350억달러(약 380조원)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버·에어비앤비 몸값 수조원대…정통 기업도 ‘공유경제’ 대열 합류

공유경제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도 점차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기존 기업들도 일종의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고 여겼던 공유경제 기반의 신생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이런 스타트업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우버는 창업 3년 차에 34억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은데 이어 지난해 6월에는 170억달러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펀딩 과정에서 510억달러(약 5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업가치가 1년도 안돼 3배가 껑충 뛴 것이다. 투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신화를 창출한 페이스북과 비교해도 월등히 앞서는 성장 속도다. 전세계 스타트업 가운데 몸값이 가장 높은 우버는 지난 2009년 스마트폰 차량공유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전세계 57개 나라 300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15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추진 중인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는 1년 만에 두배 이상 늘어난 255억달러로 평가된다. 이는 세계 1위 힐튼호텔의 시가총액(277억달러)에 맞먹는 수준으로 시총이 209억달러 규모인 글로벌 호텔체인 메리어트호텔과 시총 140억달러인 스타우트 호텔을 이미 넘어섰다.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도록 권유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통 호텔들도 더이상 이같은 흐름을 못본척 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하얏트호텔은 투자자 여러명과 함께 영국 숙박공유 업체 ‘원파인스테이(Onefinestay)’에 4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설립 6년 차인 원파인스테이는 상류층을 대상으로 고급 숙박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 라마다·트래블로지 호텔을 보유하고 있는 윈덤호텔그룹 역시 숙박공유 스타트업 ‘러브홈스왑(LoveHomeSwap)’에 750만유로(약 92억원)를 투자했다.

◇시장 질서 뒤흔드는 ‘파괴자’…美정부는 양성화·中은 사실상 인정

FT는 지난해 말 각 분야에서 새로운 발상으로 기존 시장질서를 뒤흔들었던 파괴자들을 뽑았다. 앞서 언급된 공유경제 기업들이 대부분 이 리스트에 올랐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기존 산업에 손실을 끼치지만 길게 보면 기업과 소비자에게 새로운 기술을 활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초반에는 강력한 제재를 가했던 각국 정부도 점차 이를 묵인하거나 양성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경제적 가치가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렌딩클럽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돈이 필요한 대출자와 투자를 희망하는 대부자를 연결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금융업계를 뒤흔들었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가들이 자금이 급한 개인 사업자나 신생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안정성 등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증권거래소 규정을 새로 만들어 렌딩클럽과 같은 P2P 대출 기업을 양성화했다. 렌딩클럽은 지난해 12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성공적으로 상장해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60% 뛰었다.

중국 역시 공유경제를 암묵적으로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중국은 대도시 교통당국에서 택시운영 자격을 갖추지 않는 차량이 승객을 운송하는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지만 차량 공유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인터넷 시대 격변기에서 이들 업체를 확실히 단속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디디콰이디와 우버는 중국 사업을 늘리기 위해 앞다퉈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달초 디디콰이디는 펀딩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디디콰이디의 기업가치는 150억달러로 평가된다. 같은날 우버도 중국 사업을 위해 10억달러 자금유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우버차이나의 기업가치는 70억~80억달러로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창 HSBC 애널리스트는 “택시 앱 전쟁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중국 경제의 큰 분수령이 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기술 분야의 혁신을 장려하기 위해 이를 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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