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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th SRE]기준금리를 들었다 놨다

김남현 기자I 2013.11.13 07:00:00

GDP갭·ESI순환변동치

[이데일리 김남현 기자] 국내총생산(GDP) 갭(Gap), 경제심리지수(ESI)순환변동치. 이름만으로도 생소한 이들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결정에 주요 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금리 인하가 시작된 것도, 올해 인하 기조가 멈춘 것도 따지고 보면 GDP갭 마이너스 전환 및 그 회복세와 흐름을 같이 하고 있다. 아울러 올 5월 단행한 금리 인하에 대한 비판 역시 이 GDP갭과 관련이 있다.

반면 한은은 GDP갭 마이너스가 바닥을 찍고 개선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한 2015년에는 플러스로 반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GDP갭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 말 내지 2015년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심리지표인 ESI순환변동치 역시 기준금리를 예측하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GDP보다 주목받는 ‘GDP갭’

한은은 10월10일 개최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2.5%로 동결했다. 내년 경제전망도 기존 4.0%에서 3.8%로 낮춰 잡았다.

금리동결과 전망 하향 수정만 놓고 보면 경제에 대한 시각이 비관적일 법하다. 하지만 한은은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3.8%라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율에 거의 상응하는 수치”라며 경기회복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앞서 발표한 통화정책방향(통방) 문구에서도 GDP갭과 관련해 기존 ‘그 폭은 점차 축소’에서 ‘점차’를 삭제했다. 김 총재는 역시 “(GDP갭 마이너스가) 줄어가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축소되는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겠나 판단했다”며 축소 문구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GDP갭이란 실제 GDP와 국민경제의 포괄적 생산능력 또는 균형생산수준인 잠재 GDP와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 수치가 플러스라는 것은 실제 GDP가 잠재GDP를 상회하는 것으로 수요측면에서는 물가 상승압력이 발생한다.

그 반대의 경우는 실제 GDP가 잠재GDP를 밑도는 상황으로 물가 하락압력이 생긴다. GDP갭 추정방법에는 시계열 접근법, 생산함수 접근법, 구조적모형 접근법 등이 있다. 한은은 이중 생산함수 접근법에 시계열 접근법 등 추정치를 보조지표로 활용해 산출하고 있다.

◇마이너스 폭 줄어드는데..금리인하

한은 금통위와 통방문구에서 GDP갭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GDP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를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가 추가되며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금통위 직전까지만 해도 한은이 경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그런데 GDP갭 마이너스란 문구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한은의 예측능력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를 의식한 듯 이후 한은은 GDP갭 상황을 총재는 물론 금통위원들에게까지 수시로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해 9월 통방문구에서는 ‘GDP갭이 상당기간 마이너스를’이란 부문을 ‘마이너스의 GDP갭이 상당기간’으로 고치며 ‘마이너스의 GDP갭’을 한데 묶어 표현했다. 이는 GDP갭 마이너스 폭이 커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로 한은은 그 다음 달인 10월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했다.

올 들어서부터는 이 부문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지난 3월에는 ‘상당기간 마이너스의 GDP갭’으로 표현을 바꿨다. 당시 김중수 한은총재는 이와 관련 “당초 예상한 GDP갭의 플러스 전환 시점에 변화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당시 플러스 전환 추정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GDP갭 마이너스가 한은 예측경로에 맞춰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한은이 올 5월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데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통과에 따른 정책공조 차원이라 한은은 해명했지만 GDP갭을 긍정적으로 전환한 지 불과 2개월만 전격 금리 인하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7월에는 ‘마이너스의 GDP갭’ 부분에서 ‘마이너스’를 떼어냈고 새롭게 ‘그 폭은 점차 축소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 그리고 한은은 당시 처음으로 2015년도에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10월 통방문구에서는 GDP갭 표현 중 ‘점차’ 문구를 삭제했다.

◇ESI순환변동치 ‘100’이 갖는 의미

ESI순환변동치가 지난 6월 92를 기록, 3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9월에는 93을 보이며 소폭 상승했다.

2003년 1월을 기점으로 발표하기 시작한 이 지표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ESI 원지수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해 산출한 것이다. ESI가 100을 상회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를 포함한 민간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나은 수준으로 해석되고 100을 밑돌면 그 반대 의미다. ESI순환변동치는 ESI 이동평균선에 해당한다. 한편 이 지수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기준금리 사이클의 선행지표로도 볼 수 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오래지 않아 기준금리 인상이, 100을 밑돌면 머지않아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100이라는 기준점과 무관하게 횡보 시에는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기조가 멈춰 섰다.

하지만 한은은 ESI순환변동치와 기준금리 간 연계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ESI순환변동치와 기준금리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좀 더 연구할 필요는 있겠다”고 덧붙였다.

ESI순환변동치는 현재까지 네 번의 대세 하락기를 거쳐 왔다. 아울러 이번 반등이 대세상승으로 이어진다면 총 네 번의 대세 상승기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지표의 그간 추세를 보면 다소 시차가 있긴 하지만 하락기와 회복기 기간이 유사하다.

이를 바탕으로 추정할 경우 ESI순환변동치가 내년 하반기 100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내년 하반기나 2015년 초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된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GDP갭이 플러스로 전환할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다. 향후 기준금리 변동을 예측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는 셈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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