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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칼럼]창조형 일자리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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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철 기자I 2013.09.17 08:52:46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얼마 전 회사 근처에 새로운 음식점이 생겼다. 어김없이 식당 정문에는 신장‘개업’이라는 푯말이 붙었고, 점심시간이 되면 주변 직장인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인근 식당의 상황은 사뭇 달랐다. 개업 식당으로 손님이 몰린 만큼 기존 식당은 전과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신장개업 음식점의 주인은 분명 나름의 위험을 안고 투자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가적 활동, 즉 ‘창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보다는 기존 식당의 매출을 잠식하는 나눠먹기식에 그쳤기 때문이다.

반면, 1955년 맥도날드 형제의 식당을 인수한 레이 크록은 새로운 형태의 패스트푸드점을 ‘창업’하였고, 주머니가 가벼워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기 어려웠던 학생과 근로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꾸준히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맥도날드는 현재 120개국 3만여 개의 매장을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업’과 ‘창업’의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시장과 가치를 만들어 냄으로써 다른 산업이나 상품의 기존 수요를 잠식하지 않는 것이 바로 지금 우리 경제에 필요한 창조적 노력이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도 반드시 적용되어야 할 원칙이다.

만약 어떤 일자리가 생김으로 인해 다른 일자리가 감소한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고용률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 인력수요와는 관계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낼 때 비로소 창조형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형 일자리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15세기 이후 중상주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발달한 국제 무역은 신규시장 개척과 함께 유럽사회 전체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과 20세기 말 미국의 정보기술(IT)혁명 역시 투자와 창업을 활성화 시키면서 노동시장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1960년대 중화학공업, 1980년대 이후 반도체와 전자산업, 21세기 모바일 산업 등 꾸준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수많은 창조형 일자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우리 기업의 상당수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일 수도 있으나, 투자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길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글로벌 프렌차이즈 육성은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표류하고 있으며, 수직계열화를 통한 생산성 제고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으로 실행이 어려워졌다.

손자회사가 외국기업과 합작회사 설립 시 보유 지분율을 완화하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은 대기업 특혜 논란으로 국회에 발이 묶인지 오래이고, 그 탓에 2조 3000억원 규모의 투자와 3만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렇듯 기업에 대한 비우호적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는 어떠한 정책도 창조형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힘들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기업에 믿음과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고조된 불안감을 떨쳐내지 않고서는 기업들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창의력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는 과감히 풀고, 인력활용에 한계를 짓는 노동시장 경직성은 혁파해 나가야 한다.

한정된 일자리를 돌려막기 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함으로써 창조형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하여야 한다.

그러나 최근 국회에서는 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 다수가 통과되었다. 여기에 근로시간 규제 등 노동시장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 있는 노동법률안들도 줄을 지어 서 있다.

산업현장의 절박함을 이해하기라도 한 듯 정부는 거듭 ‘규제 완화’를 강조하고 나섰으나,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투자와 이를 통한 창조형 일자리 창출, 결국 기업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정부와 정치권이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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