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6건의 암 발생 원인 중 2건은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노출됐나요.”
“보고서에는 있지만 자세하게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
“보고서는 왜 공개하지 않나요.”
“보고서에는 영업비밀이 많아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14일 삼성전자는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 인바이론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근로자에게 위험을 줄 요소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명의 연구원이 몇 차례 현장조사를 했는지,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은 어느 정도였는지, 유해물질에 따른 백혈병 발병 확률은 얼마나 되는지 등 조사결과를 뒷받침해줄 핵심 데이터는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가 객관적으로 조사했으니 결과만 `믿으면 된다`는 식이었다.
삼성의 조사결과 발표에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6월23일 서울행정법원이 반도체의 근무환경과 백혈병의 연관관계를 인정한 판결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현장취재 기자들은 삼성이 반도체와 백혈병의 연관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근거자료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야말로 일방적인 기대로 끝났다.
삼성은 이날 반도체 근무환경과 백혈병 발병의 연관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다 퇴직 후 암질환을 앓게 된 임직원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인 셈이다.
결국 반도체 근무환경이 유해한지 무해한지는 법정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보여준 삼성의 일방적 소통방식은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줬으며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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