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4-3-3 전술을 들고 나온 한국은 조재진을 원톱으로 두고 이천수, 정경호 등 측면 공격수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수차례 골찬스를 가져 왔다. 그러나 좌우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에게 번번히 차단당했고 전반 백지훈, 후반엔 조재진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코스타리카는 어떤 팀
코스타리카를 이끌고 있는 기마라에스 감독은 기본적으로 3-4-3 전술에서 3-5-2 또는 4-3-3으로 변화를 준다. 3-4-3 전술에서 수세시엔 3-5-2(세부적으로 3-5-1-1)로 전환해, 미드필더와 공격수가 하프라인 깊숙히 수비에 가담한다.
공격에선 기존의 원톱에 윙포워드를 두는 전형적인 3-4-3전술을 사용하거나 쓰리톱 중 한 명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이나 이번 지역 예선에서도 센테노가 바로 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센테노는 완초페와 고메즈에게 미드필더로부터 이어진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담당했고, 전방의 고메즈는 완초페에게 공간을 열어주기 위해 왼쪽 측면으로 벌려주는 모습을 보였다.
2선에서의 중앙 미드필더 솔리스도 센테노 또는 로페즈와 여러 콤비네이션 플레이를 통해 링커 역할을 수행했고, 두 전방 공격수가 측면으로 벌렸다 중앙으로 좁혀 올 땐 양 측면 미드필더들이 공격에 깊숙이 가담, 상대를 압박했다.
수비진은 쓰리백 시스템으로 한 명의 스위퍼에 두 명의 스토퍼를 둔다. 지난 2002년 월드컵에선 마르티네즈-라이트-마린으로 이어지는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철저히 대인마크를 했다. 상대 전방 공격수가 2선까지 내려와 플레이를 하면, 자리를 지키지 않고, 같이 2선으로 올라와 대인 마킹을 했다.
전반적으로 개인 기량이 뛰어나고 빠른 주력을 가진 공격수들이 많지만 볼 소유권을 쉽게 잃고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치는 단점이 있는 팀이다. 이번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도 5승1무 4패라는 성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경기에서 승패가 결정나는 롤러코스터 팀이었다.
▲ 코스타리카가 지난 월드컵에서 사용한 3-4-3 전술의 선수 활용시스템(좌). 한국(우)에 비해 양 스토퍼의 좌우 움직임이 적고, 최전방 공격수의 좌우 움직임의 폭이 넓다. |
ⓒ 대한축구협회 |
코스타리카는 이번 평가전에서도 3-4-3 전술을 들고 나왔다. 쓰리백 시스템에 2선에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중앙에서 양 측면의 미드필더보다 뒤쪽에 두는 활 형태의 모습을 띄었다. 공격수는 누네즈-베리나도-사보리오를 축으로 쓰리톱을 뒀다.
한국은 지난 LA 갤럭시 전과 마찬가지로 이호-김남일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더블 볼란티 방식을 택했다. 4백엔 김동진-김상식-김진규-조원희를, 2선엔 백지훈을 꼭지점으로 김남일-이호를 뒤에 받치는 삼각형 형태로, 1선엔 조재진을 스트라이커로 두고 좌우측에 정경호와 이천수를 배치시켰다.
경기 초반 한국은 코스타리카의 강한 압박과 우리쪽 측면 뒷 공간을 향한 롱 패스에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히지만 전반 22분 조재진의 다이빙 헤딩슛 이후 분위기는 한국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이후 한국은 정경호가 상대 왼쪽을 완전히 무너 뜨리며 여러 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백지훈의 슈팅이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고, 이천수의 강력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마무리 부족으로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다.
전반 초반 상대에 측면과 중앙에 종종 허점을 드러냈던 한국은 전반 40분 2선에서 전방으로 올려준 로빙패스 한방에 무너졌다. 중앙선 부근에서 올려준 공은 누네스에게 연결됐고, 누네스는 조원희와 김상식 사이를 헤집고 들어갔다. 순간적인 돌파에 당황한 김상식은 누네스의 몸을 붙잡았고, 심판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상대 사브리오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 코스타리카가 먼저 선취골을 뽑아낸 채 전반은 1-0으로 마무리됐다.
4백 시스템은 센터백이 순간적으로 상대 공격수와 1:1 상황에 맞닥뜨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센터백의 대인마크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상식의 개인 전술 부재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또 우측에서 커버 플레이를 들어온 조원희도 볼의 흐름을 놓쳐, 누네스를 측면으로 몰아가지 못하고 중앙으로 파고들 수 있는 공간을 내줬다.
후반전에도 한국은 압도적인 볼 점유율을 바탕으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주영, 이동국, 정조국을 차례로 투입했다. 공격에 확실히 무게중심을 옮긴 한국은 센터백인 김상식과 김진규를 제외하곤 모든 선수들이 공격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그 결과 수차례 공격 찬스를 잡았지만 조재진이 후반 30분 결정적인 헤딩슛은 골 포스트를 튕겨 나왔고, 박주영이 후반 35분과 48분에 날린 회심의 슈팅들도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전반적으로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훨씬 세련되어 졌지만, 마지막 마무리의 부재라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면이 여실히 드러난 경기였다. 이천수와 정경호, 박주영의 좌우 크로스는 골로 이어지기엔 정확도에서 2% 부족한 모습을 보였다. 측면 공격수들이 쇄도해 오는 공격수들과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한 채 패스도, 슈팅도 아닌 어정쩡한 크로스가 계속된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 한국팀 실점 상황. 허리에서 우리 측면 뒷공간을 노린 패스에 오른쪽 측면 무너짐. 김상식의 파울로 페널티킥 허용(좌) 코스타리카의 3-4-3 전술.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명 두고, 양 측면 미드필더를 전진 배치(우) |
ⓒ 김정혁 |
▲ 한국 주요 찬스 상황. 전반 25분 정경호가 백지훈에게 절묘한 스루패스 연결. 백지훈이 슛한 공이 수비 몸맞고, 골포스트 맞고 나옴(좌) 후반30분 조원희가 올려준 크로스를 조재진이 헤딩슛. 우측 골포스트 맞고 튕겨져 나옴(우) |
ⓒ 김정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