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나발니 사망 후폭풍, 추모식 참석자 400명 이상 구금

이명철 기자I 2024.02.18 11:58:43

푸틴 최대 정적, 교도소에서 ‘돌연사 증후군’으로 사망
모스크바 등서 추모 행사, 22년 이후 최대 규모 체포돼
사망 원인 밝혀지지 않아, 나발니 대변인 “푸틴이 살해”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혔던 알렉셰이 나발니 사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나발니의 시신이 사라지면서 암살 의혹을 키우고 있으며 러시아에서 일어난 나발니 추모 행사 참석자들은 경찰에 끌려갔다.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치된 알렉셰이 나발니의 기념비 앞을 경찰들이 지키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인권 단체인 오비드인포(OVD-info)를 인용해 나발니 사망 이후 러시아 32개 도시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40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 위한 예비군 부분 동원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1300여명이 체포된 지난 2022년 9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변호사 출신의 야권 지도자인 나발니는 지난 16일 그가 복역 중이던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교도소에서 사망했다. 러시아 연방 교도소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식을 잃었으며 의료진이 응급조치를 실시했지만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2011년 러시아 고위 관료의 부정부패를 폭로하는 반부패재단을 창설했으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불렸다. 그는 2021년부터 불품 금품 취득, 극단주의 활동 등 혐의로 3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다.

오비드인포에 따르면 나발니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그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했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가장 많은 체포가 이뤄졌다. 상태페테르부르크에서만 200명 이상이 구금되고 러시아 전역에서 수백여명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자리에 꽃을 놨지만 러시아 국영 통신사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도 지적했다.

로이터는 17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억압 피해자들을 기리는 기념비 옆에 수십여명이 꽃과 촛불을 놓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러시아 독립 언론인 소타(SOTA)는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 루한스크에서 주민들이 소련 지도자 스탈린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기념비에 나발니를 기리는 꽃을 바쳤다”며 “당국이 꽃을 제거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꽃이 피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테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정치적 탄압 희생자 기념비에 최근 사망한 알렉셰이 나발니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AFP)


나발니의 사망 원인에 대해선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나발니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그가 살해됐으며 러시아 당국이 살해 흔적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신을 넘겨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나발니 동료인 이반 즈다노프는 엑스(X·옛 트위터)에 나발니 모친과 변호사가 나발니 사인이 ‘돌연사 증후군’이란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나발니의 어머니는 아들의 시신이 교도소 인근 살레하르트 마을로 옮겨졌다는 말을 듣고 갔지만 찾을 수 없었다. 교도소 관계자들은 그에게 검시를 끝난 뒤 시신을 넘겨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러시아의 활동가들을 인용해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당국자들이 나발니가 복역 중인 교도소를 찾아가 일부 보안 카메라와 도청 장치 연결을 해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나발니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쉬는 소셜미디어에서 “푸틴이 직접 나발니 살해 명령을 내렸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고 크렘링군은 나발니 죽음 의혹에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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