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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교수가 약 2년여간 대웅 사외이사와 대웅제약 펙수프라잔 임상 PI를 동시에 맡았다는 점이다. KAIRB(대한기관윤리심의기구협의회) 기준에 따르면 임상연구자 개인이 1년에 500만원 이상 또는 1000만원 이상을 제공받거나,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중대한 경제적 이해상충 금액에 해당한다. KAIRB는 국내 임상을 수행하는 병원에 IRB(임상연구심의위원회) 메뉴얼을 제공하는 곳이며, 한양대병원은 KAIRB 회원으로 확인됐다.
식약처는 해당 사례가 ‘이해상충’이 맞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대웅의 보수를 받고 사외이사를 재직함과 동시에 대웅제약 PI로 참여한 건 이해상충이다. 한양대병원 IRB 심사 과정에서 걸러졌어야 하는데,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거 같다”면서 “다만 약사법으로 제약사에 대한 처벌이 명확하게 정해진 게 없어 현재 상황에선 법적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형제약사의 윤리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한 대형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는 “사외이사를 하면서 임상시험책임자를 한다는 건 죄송스러운 일이 맞다. 당사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객관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이해상충이 있다면 명확하게 고지하고, 그 제약사와 IRB 기관에서 이해상충 문제를 객관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여줬어야 한다.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의사 출신 바이오회사 임원은 “우리 회사에서 대웅제약 같은 사례가 있었다면 관련 기관 문의를 통해 이해상충 요건에 해당되는지 확인을 미리 했을 거다. PI와 사외이사를 같이 하는 건 드문 일이다. 대형제약사치고 윤리의식이 낮아 보인다”며 “김영란법 유권해석 여지 때문에 의사분들이 보통 사외이사 같은 직책보다 과학자문단을 많이 한다. 과학자문단은 통상적으로 시간제로 급여를 받아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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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은 33개사를 지배하고 있는 지주사다. 대웅제약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며,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대웅제약의 논리는 엉터리다. 당장 대웅 연결재무제표에 대웅제약이 잡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48% 지분으로 연결재무제표를 만드는 유일한 이유는 대웅이 대웅제약을 통제하고 있을 때만 하는 것”이라며 “사외이사는 감시의 역할이라서 이해상충이 아니라는 대웅제약의 논리 역시 틀리다. 이사회는 의사결정시 감시뿐만 아니라 경영자문, 네트워킹 세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사항이다”고 설명했다.
펙수프라잔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으로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 제제다. 식약처로부터 지난해 12월 30일 품목허가를 받았으며, 지난달 국내 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