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2대주주 등극…6개월만에 지분확대
19일 에볼루스 공시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달 11일부터 27일까지 13차례에 걸쳐 에볼루스 주식 총 70만1000주를 매입했다. 액수로는 약 90억원(이달 17일 환율 1178원 일괄 적용)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메디톡스가 보유한 에볼루스 주식은 676만2652주에서 746만3652주로 뛰었다. 지분율로는 1%포인트가량 오른 것이다.
이어 이달 2일 메디톡스는 에볼루스 최대주주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알페온이 보유하던 에볼루스 주식 259만7475주를 시장에 내놓은 영향이다. 그 결과 현재 에볼루스는 메디톡스가 13.7%로 최대주주이고 알페온 11.1%, 대웅제약 5.7%, 투자운용사 블랙록과 뱅가드 각각 3.9%, 3.1% 등이 뒤따르는 지분구조를 갖게 됐다.
메디톡스로서는 에볼루스 2대주주에 오른지 6개월만에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수한 데 이어 최대주주 지위까지 얻게 된 것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작년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나보타 미국 수입·판매 금지 조치 철회에 합의하는 조건으로 지난 2월 에볼루스 신주 676만2652주를 받았다. 당시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제조공정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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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기술반환 ‘美 전략’ 수정해야
눈여겨볼 부분은 메디톡스가 미국시장 진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메디톡스는 지난 8일 미국 앨러간(현 애브비 자회사)에 2013년 이전한 액상형 보톡스 후보물질 권리를 반환받았다고 발표했다. 앨러간을 통해 미국시장에 간접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8년을 기다린 메디톡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메디톡스 액상형 보톡스는 올해 초 임상 3상 투약까지 완료됐다.
업계에서는 메디톡스가 최대 보톡스 시장인 ‘미국’을 포기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파트너사와 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물론 이는 애브비가 진행한 메디톡스 액상형 보톡스 임상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디톡스가 돌연 에볼루스 지분을 늘리면서 그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단순투자”라고만 답했다.
에볼루스는 대웅제약의 미용목적 보톡스를 독점 공급받는 회사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독점 계약기간은 2024년 5월까지다(제품 출시 후 5년·자동연장 조항 부착). 즉 현 계약상으로는 메디톡스는 에볼루스와 당장 협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나 2024년 5월 이후에는 메디톡스가 에볼루스와 협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생긴다. 다만 대웅제약과 에볼루스 간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메디톡스 보톡스 임상에도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서다.
메디톡스가 에볼루스 지배력을 보다 공고히 다지기 위해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대웅제약 견제 목적에서도 에볼루스 지배력 확대는 메디톡스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웅제약으로선 메디톡스와의 마찰이 지속될 소지가 남아있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웅제약이 에볼루스 지분 확대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웅제약은 매출 1조원대 국내 손꼽히는 대형 제약사로 자금력이 메디톡스보다 우위다. 에볼루스도 17일 기준 시가총액이 4억4900만달러(약 5300억원) 규모로 크지 않다.
다만 대웅제약 측은 에볼루스 지분확대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에볼루스가 자사 제품 외에 다른 제품을 취급할 수 없도록 없고 계약기간도 1차가 2024년이고 이후 계속 연장이 되기 때문에 무기한이다. 대웅제약이 지배력 확대를 목적으로 에볼루스 지분을 추가 매입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메디톡스가 무의미한 행동(에볼루스 지분 매입)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선을 그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