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LG폰은 정말 역사속으로 사라질까

장영은 기자I 2021.01.23 09:30:00

때 되면 나오는 매각·사업축소설?…이번이 다른 이유
야심작 벨벳·윙 모두 흥행엔 참패…결단이 필요한 시점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 검토…''살사람'' 있나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LG전자 피처폰 히트작 중 하나인 ‘초콜릿폰’(모델명:KV5900). 2005년 ‘우수 산업 디자인 상품 선정제’에서 최고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LG전자)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애물단지·아픈 손가락·천덕꾸러기. LG전자(066570) 스마트폰 사업을 일컫는 표현들입니다. ‘가전의 명가’이자 피처폰 시절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LG전자지만, 스마트폰쪽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 LG전자는 출발이 늦었을 뿐 아니라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결국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손실액 5조원이라는 오명을 기록했고요. 급기야 최근엔 매각설이 꽤 구체적으로 나오면서 산업계는 물론 증권가까지 뜨겁게 달궜지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 속에 LG전자 주가는 치솟았고, LG폰 사용자들을 비롯해 “아쉽다”라는 목소리도 많이 들려옵니다. 하지만 LG전자가 공식적으로 매각이나 사업철수를 밝힌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LG폰이 사라질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 2020’에서 대표이사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2021년 스마트폰 턴어라운드 목표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 LG전자)


◇사실무근→ 모든 가능성 열어놨다…매각도 검토

언론과 시장에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해당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LG전자의 공식 입장 변화 때문입니다.

LG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년 반 동안 적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가전 등 다른 사업부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스마트폰에서 꾸준히 갉아먹는 구조입니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다른 사업부의 영업이익을 더한 후 스마트폰을 빼면 나오는 식이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말 연초 인사 및 조직개편 시기가 되면 MC사업본부의 사업축소·매각설은 꾸준히 반복되는 계절성 이슈가 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LG전자측에 문의를 하면 어김없이 “사실무근이다”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당장은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이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버리기도 힘든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는 최근 잇딴 매각설 관련 보도와 직원들의 동요에 대응해 임직원들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냅니다. 권 사장은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지난 2019년 초 권 사장은 올해(2021년)를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의 마지노선으로 잡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존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점을 공식석상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변화가 생긴겁니다.

평소 맺고 끝는 것이 분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권 사장의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분명한 태도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아직은 매각 등을 논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식의 언급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것이지요.

업계에선 LG전자가 이미 스마트폰 사업 매각을 선택지에 두고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업 혹은 대표이사의 화법을 생각할 때도 충분히 타당한 해석입니다. 적어도 어중간한 상태라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보통이니 말입니다.

LG전자가 지난해 상하반기에 출시한 전략폰 벨벳(위)과 윙(아래). 브랜드 개편을 단행하고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론칭하는 등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물밑 협상 진행 중”…살 사람 있는지도 관건

한쪽에서는 매각이나 사업 철수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으로 결론이 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시장 원리상 ‘팔고자 해도 살 사람이 있어야 팔리는 것 아니냐’는 논리와 ‘훗날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우선 매각 대상자가 있느냐 하는 부분부터 보겠습니다. 증권업계에선 대체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다는 선택지를 검토하는 것이나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기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장담하기 힘들단 겁니다.

한 연구원은 “인수합병(M&A)은 신의 영역”이라며 팔고 싶다고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현재 LG전자 입장에서는 매각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일 수 있지만, 모든 거래가 그렇듯이 살 사람과 팔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해야 비로소 계약이 성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이고, LG폰은 점유율 기준으로 업계 10위권에 간신히 드는 처지입니다. 스마트폰 공장은 반도체 공장과 달리 생산설비 측면이나 기술력 측면에서 진입장벽이 낮아 딱히 잇점이 없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관련 각종 특허와 프리미엄폰 기술력이 장점이지만 LG전자가 이를 다 포기할 것인지, ‘알짜’를 빼고 매각을 추진할 경우 과연 매력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업체 중에서도 미국이나 유럽쪽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제조사를 인수하거나 스마트폰 사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고, 유럽쪽은 노키아마저 포기한 마당에 굳이 나설 동력이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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