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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의 호황기는 엉뚱하게도 코로나와 함께 다시 도래했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초기, 사람들은 집안에서 몇 달만 버티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라면과 컵밥 등 비상식량을 집에 쟁여 두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5월이 지나면서 이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국민들은 긴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음식 구매 및 섭취 행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집밥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식품 및 외식업계는 2021년의 또 다른 이름, ‘집밥 2.0 시대’에 맞는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무엇보다도 집밥 2.0 시대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지난 집밥 1.0 시대 당시와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1.0 시대에 간편식은 ‘간편하고 맛있는 것’이면 됐다. 2.0 시대 소비자는 ‘간편하면서도 신선하고 또 건강한 간편식’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간편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선한 채소의 식감에 대한 욕구가 올라가고, 달지만 저당, 짜지만 저염인 간편식을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잘 손질한 신선 식재료와 절대 실패하지 않는 레시피의 소스가 동봉된 밀키트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해물탕, 부대찌개, 밀푀유나베, 고기 야채 볶음 등 간편식으로 구현이 어려운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 ‘신선한 간편식’으로 새롭게 포지셔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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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식은 계속 성장하겠으나 집밥 2.0 시대에 소비자들이 직접 조리를 할 때에는 다양하고 이국적인 조미, 향신, 소스 등을 이용함으로써 무난한 맛의 간편식과는 다른 방향으로 조리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다.
각 가정의 주방에 새로운 기회가 있다. 주부들의 비대면 ‘일상 장보기’ 행동을 마트로부터 빼앗아 오기 위한 새벽배송 업체들과 이를 지키기 위한 기존 마트의 경쟁이 격렬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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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식음료 및 외식업, 농산업에서의 산업 전략, 마케팅, 상품 기획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최근 여러 기업과 협업해 식음료 및 외식업 분야에서 신상품 콘셉트를 개발하고, 음식이 지닌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CJ제일제당, 풀무원, 롯데칠성 등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개별 농가와도 협업하고 있으며 최근 토종돼지, 토종닭, 토종꿀, 토종곡물 등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종자를 상품화하는 연구를 국가 R&D 및 관련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수행하고 있다. 매년 ‘푸드 트렌드’를 출간해 식품 산업 분야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