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 직장인 김가영(가명)씨는 올 여름 다이어트를 시작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바디프로필’ 촬영을 마쳤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는 촬영 의상이다. 청바지에 흰 셔츠로 캐주얼한 콘셉트와 언더웨어, 요가복까지 세 가지 컷을 찍었는데 의상을 선정하는 것만 일주일을 고민했을 정도다.
김씨처럼 최근 개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운동하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바디프로필 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인스타그램에는 바디프로필 하나의 해시태그로만 100만개에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유명 바디프로필 촬영 스튜디오는 연말까지 모두 예약이 차있을 정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언더웨어 시장에도 훈풍 바람이 불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7월1일~8월17일 기준 언더웨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크게 증가했다. 남성, 여성 언더웨어 카테고리 판매가 모두 신장했는데 특히 여성들이 바디프로필 의상으로 즐겨 입는 타이즈 및 레깅스 매출은 같은 기간 132% 급증했다. 여성 민소매와 나시·탑은 47% 늘었고 브라탑도 13% 증가했다. 남성들이 즐겨 입는 삼각팬티는 50% 정도 판매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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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로필 의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도 따로 있다. 캘빈클라인·빅토리아시크릿 등 외국 속옷 브랜드나 나이키·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 언더웨어가 특히 인기다. 캘빈클라인의 경우 깔끔한 디자인은 물론 이효리, 현아 등 당대 가장 핫한 연예인들을 모델로 선정해 촬영한 화보는 일반인들의 바디프로필 ‘워너비’가 되기도 한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 아디다스 등을 수입, 판매하는 코웰패션 패션 부문에 따르면 ‘캘빈클라인 언더웨어’는 최근 두 달 여간 진행한 홈쇼핑 방송에서 목표치 대비 평균 100% 이상의 판매 성과를 달성했다.
코웰패션 역시 올해 2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 대비 11.3% 증가한 1064억원을 달성하며 코로나19로 인한 패션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성장세를 유지했다. 언더웨어 부문 매출이 홈웨어, 브라탑 등으로의 제품군 확장에 따라 같은 기간 13% 성장을 기록했다. 레포츠 패션 역시 20% 증가하며 매출 비중이 31%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코웰패션은 캘빈클라인 언더웨어의 남성 드로즈에 이어 캘빈클라인 퍼포먼스 레깅스를 정식 수입해 올해 가을부터 코웰패션 자사몰에서 판매하는 등 2025년까지 50개 브랜드로 판매를 넓혀갈 예정이다.
바디프로필용 의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는 언더웨어임에도 중고거래가 되기도 한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는데 있어 운동부터 스튜디오, 헤어·메이크업 등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의상은 촬영 용도로 구매해 한 번 입고 되파는 것이다. 혹은 시즌이 지난 상품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 일부러 중고 상품을 찾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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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브랜드 언더웨어 이외에도 요가나 필라테스, 헬스를 취미 혹은 직업으로 삼아 SNS 팔로우를 많이 거느리게 된 일반인들이 제작한 보세 브랜드도 많아졌다. 안다르의 신애련 대표 역시 요가 강사로 일하면서 요가웨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의류사업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특정 쇼핑몰에 입점하지 않아도 네이버 온라인 스토어 등 온라인 판매 채널이 넓어진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의 계정에 상품을 홍보하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운동이나 바디프로필 촬영 팁을 공유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12만 8342명이던 통신판매업 사업자수는 2017년 46.3% 늘어난 18만 7809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해 9월 업종분류 서비스의 세분류 통신판매업에 ‘SNS 마켓(525104)’ 코드를 신설할 만큼 관련 사업이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언더웨어와 레깅스 등 애슬레저 의류 시장은 브랜드뿐만 아니라 개인사업자들을 중심으로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테고리”라면서 “이는 2030세대 등 젊은층의 웰니스(wellness),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