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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온라인시장 컸는데 대형점포만 규제…일자리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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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I 2020.08.03 05:15:00

규제에 몸살 앓는 유통산업②
21대 국회 들어 쏟아지는 유통규제 법안…실효성 의문
유통 규제, 시간 지날수록 효과 떨어져…"목적 달성 실패"
"기업 옥죄기보다 글로벌 성장 진흥정책 펼쳐야" 조언도

2012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후 업태별 소비금액 증가율(표=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21대 국회 들어 또다시 유통 규제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거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실시한 규제가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또 다시 같은 명분으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의된 법안을 보면 규제 대상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결국 이 같은 ‘규제를 위한 규제’가 소비의 근간이 되는 국내 유통산업을 뿌리째 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그 수혜는 글로벌 기업 등 엉뚱한 곳에서 챙겨갈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 감소를 야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출점과 영업시간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유통연구’ 학술지에 실린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와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정책의 효과분석’(신한카드 빅데이터 활용 추세분석) 논문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소비 증가율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결국 이들은 규제 정책이 효과 달성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온라인의 강세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온라인·오프라인 구별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며 구매를 한다.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과거와 달리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경쟁 상대가 아닌 상호 보완관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 이유다.

서 교수는 “의견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규제 효과가 미미하다는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며 “과거 유통환경에 맞춰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이분법적 시선에서 만들어진 규제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를 멸망의 길로 내몰고 있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는 오프라인 업체를 겨냥한다. 대형마트를 넘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면세점 등 분야를 더욱 넓히는 모양새다.

문제는 논리적인 효과와 소비 패턴 분석 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아니면 말고 식’의 무분별한 규제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만약 규제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풍선효과가 일어난 곳을 위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지금 얘기가 나오는 복합쇼핑몰이나 면세점 등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들에 휴무를 강제하는 것은 소비를 하지 말고 외국인들도 한국에 오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주요 유통규제법(표=이동훈 기자)
규제 일변도 상황이 이어진다면 여러 문제점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자리 문제가 대표적이다. 유통업계는 과거부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업종으로 꼽혀왔다. 백화점에는 점포당 많게는 5000명, 적게는 2000~3000명이 근무한다. 대형마트는 약 300~500명, SSM은 30~50명 수준이다. 단순 판매 채널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뿐 아니라 여기에 물건을 납품하는 업체, 이들의 가족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규제로 인한 수혜를 엉뚱한 곳에서 챙겨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오프라인을 규제하면 그 수요는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국내 업체들을 옥죄면 이로부터 자유로운 글로벌 업체들이 오히려 활개를 칠 수도 있다.

연이은 규제로 유통업체가 무너지게 될 경우 내수 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소비는 위축되고 일자리는 부족해지며 결국 제조 등 다른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규제 보다 유통업체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진흥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라는 조언도 나온다.

조 교수는 “현재의 파이 하나를 나눠 먹는다는 생각보다는 파이를 10개로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예를 들어 글로벌 업체인 삼성전자가 원재료를 소싱해 우리나라 업체가 제조한 상품을 이마트나 롯데가 해외로 다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외에서 성공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계속해서 유통 관련 규제가 나오는 것은 정치적 논리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특히 지난 20대 국회까지만 해도 국회의원이 업계 의견을 들어 법안을 발의했다면 이번 21대 국회는 과거 업계에 종사했던 인물이 직접 국회에 들어와 법안을 만든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즉, 자신이 몸담았던 곳에 유리한 법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이번에 비례대표로 들어온 일부 의원의 법안을 보면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식자재 마트 등 일부는 절묘하게 빠져있기도 하다”며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하는, 명분과 실리 모두 찾을 수 없는 과잉규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내부가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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