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 진화해온 결핵]결핵의 끈질긴 생명력...악연

류성 기자I 2020.07.04 09:05:13

WHO,20년뒤 인류위협 10대질환 가운데 결핵 1위
세계 인구 3분의 1이 결핵균 감염 상황

[이데일리 류성 기자] 영국의 병리학자 아우구스투스 그랜빌은 1825년에 그의 이집트 미라를 런던 왕립 학회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그랜빌박사의 미이라 케이스. 큐라티스 제공
유골은 기원전 600 년경 테베에서 약 50세에 사망한 여자 이르티 세르누 (Irtyersenu)였다. 과학 부검을 받은 최초의 미라였는데, 그는 그녀를 난소 암으로 사망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약 20 년 전, 미라의 유적은 재발견되어 새로운 테스트를 거쳤고, 이것들은 난소 종양이 양성이며, 미라가 폐에 말라리아와 염증의 징후를 가지고 있으며 폐렴이나 결핵으로 인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결핵은 기원전 7천 년경 석기 시대의 화석을 비롯해 고대 이집트와 페르시아 미라에서도 감염 흔적이 발견될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 질환이다. 1882년 독일의 세균학자 로버트 코흐(Robert Koch)가 결핵의 병원체인 결핵균을 발견하여 같은 해 3월 학회에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결핵은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으며, 19세기에는 ‘백색 페스트’라고 불릴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무서운 병이다.

결핵균, M. Tuberculosis . 큐라티스 제공
1994년 헝가리에서 242개의 시체가 들어있는 토굴이 발견되었다. 결핵으로 사망한 여성 테레지아 하우스만 (Terzia Hausmann)의 유골에서 결핵균 DNA를 추출하여 200년 전에 사람들을 감염시킨 박테리아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당시에 발견된 미라에서 추출한 결핵으로 분석했을 때, 결핵 DNA는 인간 DNA보다 훨씬 잘 보존되어 있었다. 결핵균이 매우 거친 세포벽을 가지고 있고, 지질이 풍부하며 과학자들은 그것이 수천 년 동안 숙주의 뼈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참고로 이에 비해 인간 DNA는 그것을 보호할 저항성 세포벽이 없기 때문에 쉽게 분해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결핵이 어떻게 지금까지 끈질기게 살아남게 되었는지에 대한 그 생명력에 대한 유전적 요인을 밝혀낼 수 있었다.

20년 뒤 WHO에서 경고한 인류를 위협할 질병. 큐라티스 제공
과학적 통계로 볼때,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균(M. tuberculosis)에 감염되어 있지만 그 중 10% 만이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된다.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라는 수치’는 결핵이 사실상 인간과 ‘악연’으로 공존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러한 공존은 결핵의 진화를 초래하여 전세계의 인종간 발병 특성을 갖게 하였다. 실제로 결핵은 WHO에서 경고하였던 ‘20년 뒤 인류를 위협하는 10대질환 중 암을 제치고 1위로 뽑힐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결핵균을 가졌다고 모두 결핵 환자가 되지는 않는다. 감염자의 90%는 잠복결핵 상태다. 잠복 결핵이란 결핵균이 몸 안에 있지만 면역체계에 의해 억제돼 증상이 없는 상태로써 문제는 평소에 문제없던 잠복결핵이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결핵으로 확진 되면 치료제에 내성이 없는 환자가 2주 이상 약을 복용할 경우 전염성은 대부분 상실된다.

그러나 치료제 복용은 말처럼 쉽지 않아 복약 순응도 낮기 때문에 완치율이 낮고, 이는 치료제를 써도 50% 밖에 치료되지 않는 “슈퍼 결핵 환자, 즉 다제 내성 결핵 환자”의 증가를 유발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사회문제 및 경제적비용으로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미래에는 어떠한 모습으로 진화하여 인류에게 고통을 줄 지 알 수 없다.

[도움말 주신분 : 최유화 (주)큐라티스 사업/개발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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