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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16일 오후 약 60여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카오룽 지역 주둔지에서 나와 침례대학 앞길의 장애물을 제거했다. 군인 일부는 카키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일부는 ‘특전 8연대’ 글자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청소 작업을 촬영하는 군인도 보였다.
이번 인민해방군의 행동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가운데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시위 발생 이후 처음이다.
이들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설치해둔 장애물 등을 치웠다. 청소 현장에는 주민 약 20명이 먼저 나와 있었고 이후 소방관과 경찰관들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군인은 시 주석의 표현을 인용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작업이 홍콩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 법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지역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지역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땐 공공질서 유지나 재난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할 수 있다.
다만 이날 밤 홍콩 정부 대변인이 “카오룽 막사 주둔군이 순수히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활동을 했다. 특구 정부의 협조 요구는 없었다”고 밝히면서 이번 행동이 주둔군법 위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민해방군 등장이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박이라고 해석했다.
정치분석가 딕슨 싱은 “홍콩정부 뒤에 중국이 있다는 미묘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면서 “시위대에도 상황이 잘못되면 중국이 더 적나라한 방식으로 군을 쓸 수 있다고 암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 평론가 윌리람은 “만일 여론이 해방군의 임무 수행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에는 수위를 높여 ‘시위자 청소’를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라고 경고했다.
홍콩 시위는 이번 주 평일동안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인 ‘여명(黎明·아침) 행동’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주말 들어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다.
AP 통신은 강성 시위대 100명 정도가 크로스하버 터널 입구와 가까운 폴리텍 대학을 점거한 것을 제외하면 중문대 등 홍콩 주요대학 대부분에서 시위대가 철수했다고 전했다.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도로에 남아 있던 시위대와 경찰은 몇차례 충돌을 빚기도 했다. 톨로 고속도로는 이날 통행이 재개됐고,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 등은 여전히 폐쇄 상태다. 애드미랄티 지역의 정부 청사 주변에서는 친중 단체가 경찰 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홍콩 정부는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특별경찰관으로 투입하기로 한 ‘교도소 폭동 대응팀’ 70명을 이날 처음 업무에 배치했다. 이들은 12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정부 주요 건물 경비를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