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M&A 분석]③삼성, 하만 인수로 새 역사 썼다

이재호 기자I 2016.12.29 06:57:58

인수가 9.4조 ''최고가'', 전장사업 날개
국내 IB 철저히 소외, 자성 목소리 고조
MBK·어피니티·넷마블 ''兆단위'' M&A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지난 11월14일 삼성전자(005930)는 세계적인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수가는 80억달러(9조4000억원)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사례 중 최대 규모다. 종전 기록은 2007년 두산이 미국 밥캣을 인수하며 지출한 5조7000억원이었다.

◇삼성 통 큰 투자…“단기실적 대신 시너지 집중”

올해 경기 침체 장기화와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잔뜩 움츠러들었던 국내 M&A시장은 이 거래 한 건으로 체면치레를 했다. 차량용 전장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삼성전자는 날개를 달게 됐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소식은 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 다양한 시사점을 던졌다. 우선 실적이나 재무제표만 들여다보는 기존의 기업 분석 방식에서 탈피해 시너지 창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M&A 전략을 수립하는게 중요해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전략적투자자(SI)는 단기 수익보다 향후 시너지에 중점을 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교훈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를 통해 확인했다”며 “국내 M&A 시장 참여자들이 많은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거래의 자문사로 미국계 IB인 에버코어가 선정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국 최대 기업이 진행한 M&A에 국내 IB가 한 곳도 참여하지 못한 데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IB 대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덩치보다 실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한 계기였다. 한 증권사 IB 담당 임원은 “삼성전자가 하만을 표적으로 삼고 인수 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국내 IB들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크로스보더(국경간) M&A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MBK파트너스, 1조원 이상 M&A만 2건

SI 외에 사모투자펀드(PEF) 중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인수가 1조원 이상의 대형 M&A 거래를 잇따라 성공시켜 주목을 받았다. 국내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3월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공작기계사업부문 지분 100%를 1조1308억원에 인수했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당초 제시가격보다 2000억원 정도 싸게 살 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문은 최근 3년간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돌았다. 투자회수 단계에서 높은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홍콩 부동산 개발업체인 워프의 통신사업부문(워프T&T)을 1조3400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과정에서 글로벌 PEF인 TPG캐피탈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크로스보더 거래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김병주 회장이 지난 2005년에 설립한 MBK파트너스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모펀드로 성장했다. 이달 초에는 4조8000억원 규모의 4호 펀드 조성을 마치면서 총 운용자산이 18조원에 이르게 됐다.

이밖에도 지난 1월 카카오(035720)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SK플래닛이 공동 보유 중이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 76.4%를 1조8743억원에 인수했다. 올해 국내 기업 간의 거래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어피니티는 지분 61.4%에 대한 매각가 1조5063억원 중 9000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카카오가 발행하는 신주로 받았다. 로엔(016170) 투자회수에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카카오 지분투자로 이어진 구조다. SK플래닛도 지분 15%를 매각하며 현금 2199억원과 카카오 지분 2%를 확보했다. 카카오는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로엔의 음악 콘텐츠를 결합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는 넷마블게임즈의 대형 M&A 거래가 성사됐다. 넷마블은 지난 20일 미국 모바일 게임업체인 카밤의 밴쿠버 스튜디오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우수한 게임 개발 역량을 갖춘 밴쿠버 스튜디오를 품에 안으면서 북미 등 서구권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넷마블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에도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가 제고된 만큼 공모가 재산정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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