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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지난해 최대 매출을 기록한 국내 미술품경매사의 양대산맥인 서울옥션(063170)과 K옥션이 올해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서울옥션은 높은 가격대의 작품이 잘 팔리며 매출의 큰축을 담당하는 홍콩경매에, K옥션은 프리미엄급 작품에 사활을 걸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두 회사가 세운 올해 미술품경매의 ‘전술’이자 실탄은 ‘단색화’와 ‘민중미술’이다.
◇올해도 수천억 뭉칫돈 몰릴까
서울옥션과 K옥션은 올해 같은 듯 다른 성장전략을 편다. 지난해 국내 경매업체 사상 처음으로 거래량 1000억원을 넘긴 서울옥션은 올해도 작년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분위기다. 서울옥션이 계획한 국내 경매는 지난해와 같이 3월부터 분기별 메이저 경매 4차례와 온라인경매 7차례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차례 진행한 홍콩경매를 4차례로 확대하고 고가의 출품작을 대거 늘리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옥션은 3380점 중 2490점을 낙찰해 73.7%의 낙찰률과 더불어 1081억원의 기록적인 매출을 올렸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서울옥션이 큰폭의 성장세를 거둬 미술계 안팎에서는 올해는 조금 주춤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며 “하지만 미술품시장이 살아나는 추세로 볼 때 지난해 이상의 성과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K옥션 역시 지난해 매출 677억원을 뛰어넘는 것이 최우선이다. 하지만 국내외서 K옥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질적 성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해 K옥션은 서울옥션보다 1000점 이상을 경매에 내 4410점 중 3364점을 낙찰, 76.3%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출품작을 줄이더라도 프리미엄급 작품 거래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온라인경매 기준 추정가 300만원 이상의 작품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4월과 11월, 12월에 예정한 온라인경매에선 300만~5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급 작품을 엄선한다. 국내 메이저와 홍콩의 오프라인경매도 ‘프리미엄 온라인경매’로 쌓은 여력을 집중해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의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미술품경매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80%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한 2007년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올해 과제는 낙찰률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 진정한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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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색화 열풍 계속…민중미술 띄우기도
두 메이저 경매사는 올해도 이어질 단색화 열풍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47억 2100만원으로 국내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김환기의 단색화는 국내외서 계속 러브콜을 받을 전망이다. 이우환 역시 위작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바람’ 시리즈 등이 국내외 컬렉터에게 여전히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욕타임스도 올해의 미술품경매시장을 전망하며 한국 단색화에 주목했다. 특히 세계시장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하종현·윤형근·박서보 등을 꼽았다. 또 지난해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11억 4200만원(110만홍콩달러)에 거래된 정상화의 단색화 ‘무제 05-3-25’를 언급하며 기대주로 꼽기도 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민중미술이다. 올해는 오윤·강요배·임옥상·안창홍 등 국내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전시를 잇달아 계획해 ‘민중미술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옥션은 전시뿐만 아니라 경매에서도 민중미술 작품을 대거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민중미술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조지만 그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올해 주요 전시를 예정하고 있어 경매에서도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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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대중화’의 해 될까
올해는 또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10년 가까이 회복세를 이어온 미술품경매가 대중화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미술품경매시장은 연간 2000억원을 넘지 않는 초기시장에 불과하다. 홍콩경매를 제외한 순수 국내 거래량만 따진다면 출발단계로 봐도 무방하다. 미술계에서는 국내외서 주목받을 신진작가와 작품을 부지런히 발굴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최근 늘어나는 온라인경매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을 대중이 쉽게 접하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데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한 대형갤러리 대표는 “중국은 자국 내 거래만으로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성장한 작가가 해외서도 주목을 받았다”며 “한국은 경제규모가 달라 중국처럼 빠른 성장을 보일 순 없지만 좋은 작가를 계속 발굴하는 노력을 계속해야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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