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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건설이슈]‘정비사업 수주전’ 과열 경쟁 언제쯤 사라질까?

박태진 기자I 2015.12.19 06:00:00

건설업계간 시공권 놓고 비난전 여전
서초 무지개 시공자 선정 앞두고 삼성vsGS 대결
자기 장점보다 타사 흠집 잡는 것이 대부분
선의 경쟁의식 없어 아쉬워
프로젝트 시행시 동업자 관계 잊지 말아야

△서초 무지개 아파트 조합원들은 19일 오후 재건축 사업 시공자를 선정한다. 이 사업에는 삼성물산과 GS건설이 뛰어든 상태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무지개 아파트 전경.[사진=박태진 기자]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올해 서울 강남권 마지막 정비사업인 서초동 무지개 아파트 재건축의 시공자가 오늘 가려집니다. 이 정비사업 수주를 놓고 삼성물산과 GS건설이 경쟁을 펼쳐왔죠. 하지만 이번에도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보다 상대 비난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느 사업장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두 건설사는 3년 전 서초 무지개 아파트 인근에 있는 우성 3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높고 붙었습니다. 이번이 재대결로 수주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는 결연합니다. 또 한 번의 수주를 기대하는 삼성물산과 이번에야 말로 시공권을 따내고야 말겠다는 GS건설이 한 판 붙었죠.

하지만 이 같은 수주 경쟁 열기가 상대 비난 전으로 전개돼 안타깝습니다. 두 건설사 수주 담당자들은 서로 상대 쪽 조건을 먼저 얘기하면서 수주 전략을 털어놓더군요. 물론 자기 회사의 장점을 부각하면서 비교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타 회사에 대해 딴지부터 걸고 넘어지는 부분도 있었죠. “저쪽 건설사는”, “저쪽보다 우리가 더” 등의 말이 없으면 말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였죠.

이번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은 합리적인(저렴한) 공사비용과 브랜드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서초구 일대 재건축 시공권을 휩쓴 저력도 뽐냈습니다. 반면 GS건설은 올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분야 업계 1위라는 점을 부각했습니다. 현재까지 7조 5000억원 넘게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특화설계에 신경 썼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두 업체는 서로의 특징과 장점을 내세워 조합원들을 설득하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경쟁보다 서로를 헐뜯는 게 전부라고 느껴질 정도로 마케팅전은 실망스러웠죠. 이제는 달라질 때라고 봅니다. 경쟁으로 나가야 할 마케팅전을 비난전으로 변질시키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동종 업계에 있는 기업들입니다. 나중에 조합원들의 입에서 “거기서 거기다”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대형건설사들은 국내 건설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토목, 플랜트, 건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어쩌면 한류 스타들보다 더 ‘국위선양’하는 주체라고 봅니다. 국내나 해외에서 서로 경쟁도 하지만 때로는 힘을 모으는 경우도 많습니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설물을 짓거나, 빌딩을 올리기도 하죠. 아파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단지가 송파구에 공급하는 ‘헬리오시티’입니다. 이 단지는 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시공하죠. 고급 브랜드를 소유한 대형건설사들의 작품으로 탄생합니다.

건설사들은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 강하고 어떤 게 취약한지 알죠. 중요한 것은 이들 업체가 동업자 정신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물론 경쟁체제는 계속 이어집니다. 축구에서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격한 태클을 하지 않는 것처럼, 건설업계도 최소한의 룰은 지켜줘야 합니다. 해외건설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저변이 확대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기본적인 페어플레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오후 삼성물산과 GS건설 두 건설사 중 한곳은 웃고, 다른 한곳은 좌절감에 빠지겠지요. 그래도 시공자 선정 이후 뒷얘기가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결과와 관련, 음해의 소문도 없었으면 좋겠네요. 선택은 조합원들의 몫이니까요. 조합의 마음에 들지 못한 것은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족함을 보완해 다음 사업지에서 선보이면 됩니다. 다가오는 내년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뒤탈 없는 정비사업 수주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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