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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최초' 포르쉐 SSCL 영업노조 파업 장기화 조짐

김형욱 기자I 2015.08.14 04:11:10

파업 열흘째.. 전시장 순회하며 연일 ‘무력시위’
노조간부 해고·임금체계 두고 노사 입장차 팽팽
수입차 업계 최초 노조의 첫 파업.. 파장에 ‘촉각’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포르쉐 최대 판매사(딜러) 스투트가르트 스포츠카(SSCL) 영업노조의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업계는 포르쉐는 물론 수입차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영업사원 전시장 앞에서 잇따른 시위

포르쉐 SSCL 영업노조는 지난 5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벌써 열흘째다. 이뿐 아니다. SSCL 영업사원 60여 명 중 50여 명은 6일 서울 대치전시장과 경기 판교전시장을 시작으로 10일 대치전시장, 13일 인천 전시장 앞에서 잇달아 약 두 시간여의 시위를 벌였다.

포르쉐 SSCL 영업노조는 수입차 영업사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난해 6월 소속 영업사원 60여 명이 모여 출범한 조직이다. 수입차 업계 최초의 노조다. 올 6월 간부 4명이 해고된 것을 계기로 역시 업계 최초로 파업에 나섰다.

영업사원의 80%가 영업 활동을 중단하며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사측으로선 판매실적을 담보로 한 사실상의 ‘무력시위’인 셈이다.

당장 판매 수치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이미 2~3개월분의 선주문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화한다면 포르쉐 전체 판매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복수 딜러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 대부분 전시장은 SSCL이 운영하고 있다.

SSCL은 현재 파업에 불참한 10여 명의 영업사원과 비영업직 직원으로 꾸려나가고 있다. 포르쉐 대치전시장은 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가 지난 10일 포르쉐 서울 대치전시장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의 파업으로 축소 운영 중인 포르쉐 서울 대치전시장. 유리창으로 전시장 앞에서 시위하는 노조원 50여 명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형욱 기자
◇“정당한 해고” vs “노조 분쇄” 공방

노사 간 견해차는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특히 노조 간부의 해고는 법정 진실게임으로 변질하고 있다.

사측은 4명에 대한 징계가 사규는 물론 현행 법규를 위반한 개인에 대한 징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1명은 여직원에 대한 성추행·성희롱, 다른 1명은 개인영업을 위한 회사 상표권 남용, 나머지 2명도 판매 규정을 마음대로 정해 회사 존립을 위협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번 파업엔 명분이 없는데다 판매사원의 이익만 생각한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에 따르면 시위에 나선 이들의 평균 연봉은 8500만원으로 수입차 업계 최고 수준이다. 또 전체 220여 직원 중 판매사원 68명의 인건비는 전체 인건비의 60% 이상으로 높다.

SSCL은 입장자료를 통해 “소수 판매 직원만의 주장을 내세운 이기적이고 배려심 없는 파업”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를 노조 분쇄 시도라며 정면 반박했다. 해고 명목으로 내세운 성추행도 여직원의 진술 강요로 이뤄진 조작이란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실제 이 여직원은 SSCL의 한 임원이 거짓 진술을 요구했다며 그를 검찰에 명예훼손·강요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판매 규정을 마음대로 정했다는 직원도 고객에게 SSCL의 관계사인 특정 금융사(스타파이낸셜서비스)를 통해 차를 사도록 유도하는 걸 거부한 것뿐이고 사측이 말하는 상표권 남용 역시 고객에게 증정할 우산 등을 제작한 관행이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 임원은 일찌감치 노조를 ‘암세포’라 부르는 등 분쇄 의지가 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 중인 조합원의 고객 관리 전산을 차단하고 우리를 대체할 계약직 영업사원을 채용하는 것은 우리의 정당한 쟁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역공세를 펼쳤다.

양측은 협상 중단도 상대방 때문이라며 서로 탓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10일 입장자료를 통해 “노조는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고 회사와 단체교섭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사측의 제안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가 지난 10일 포르쉐 서울 대치전시장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가 지난 10일 포르쉐 서울 대치전시장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은 해고된 노조 간부 4명이 입막음 당한 채 포승줄에 묶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SSCL 영업노조 제공
◇인센티브 삭감 이후 촉발된 노사 갈등

포르쉐 SSCL 노사갈등의 근본 배경에는 기본급은 낮고 성과급(인센티브)은 큰 수입차 영업직의 독특한 임금체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05년부터 포르쉐를 수입·판매해 온 SSCL은 지난해 포르쉐코리아 설립과 함께 수입사 지위를 잃었다. 여전히 과점적 판매사(딜러)이기는 하지만 회사로서는 실적 악영향 우려가 커졌다. 실제 SSCL의 영업이익은 수입·판매사를 병행하던 2013년 270억원에서 수입사 지위를 잃은 지난해 80억원으로 3분의 1 이상 줄었다.

SSCL 관계자는 “수입사에서 딜러로 전환하며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이를 이유로 지난해 영업사원의 인센티브를 약 40% 삭감했다. 영업노조 설립의 결정적 배경이다.

노조는 그러나 사측 주장의 상당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영업직원이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 대도 팔지 못하면 수입 없이 버텨야 하는 영업직 특성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노조 관계자는 “다른 직원과 달리 일정한 기본급은 물론 상여금이나 명절 보너스도 없다”며 “차를 한 대도 못 팔면 가불 형태로 받는 4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포르쉐 SSCL은 상대적으로 대형 수입차 딜러인 만큼 판매실적이 받쳐주는 한 영업사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사측의 인센티브 삭감으로 이런 이점도 사라졌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SSCL이 올해부터 업계 평균 수준인 월 120만원의 기본급을 지급기로 했으나 이는 노조로선 인센티브 삭감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 역시 핑계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SSCL의 복잡한 지배구조 특성상 회계수치는 얼마든지 실제와 다르게 신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사 간 의견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사측이 노조 간부를 해고하면서 양측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고 파업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협상 재개와 타결까지는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수입차 딜러 첫 노조의 첫 파업에 촉각

포르쉐 SSCL 영업노조의 활동에 대한 수입차 업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수입차 딜러 대부분 비슷한 고용형태와 임금체계다. 이곳 갈등의 결과가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딜러별로 노조가 결성되고 활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수백 수입차 딜러 대부분은 규모가 영업직원이 50명 미만으로 작고 개개인이 경쟁하는 성과급제 위주인 만큼 직원 간 결속력도 약하다. 재규어·랜드로버 딜러 천일오토모빌 영업사원도 지난해 노조 설립을 추진했으나 현재는 중단됐다.

다른 수입차 딜러 영업사원은 SSCL의 최근 활동에 대해 “지난해 노조 설립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규모가 작은 우리 회사의 노조 설립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부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입차 딜러 관계자는 “같은 회사라도 기본급이 많기를 바라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바라는 직원도 있어 노조 설립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이번 갈등의 결과가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원 50여 명이 지난 13일 포르쉐 인천전시장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노조 제공
포르쉐 판매사(딜러) SSCL 영업노조원 50여 명이 지난 10일 포르쉐 서울 대치전시장 앞에서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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