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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1등기업]⑤"승리의 기쁨에 취한 순간 추락한다"

김상윤 기자I 2012.06.08 09:05:05

경쟁자와 차별된 우위요소 꾸준히 개발해야
혁신전략과 유지전략 병행 필요

[이데일리 김도년 김상윤 기자]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거라는 비애감이라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장군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가 한니발과 전쟁에서 승리한 후 카르타고의 멸망을 지켜보면서 던진 말이다. 채진석 인천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이런 비애감을 느끼는 1등기업이 얼마나 많을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1등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1등 기업은 유통 지배력 우위 및 우수 협력업체 선점 등 선발자 우위(First-Mover Advantage·시장에 다른 경쟁자들보다 먼저 진입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로 꾸준히 선두를 지키는 게 유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 출처 : 입소스코리아▲ 조사 대상 : 전국 만 19세~55세 성인 남녀 2220명
전문가들은 1등기업이 선두를 지키기 어려운 이유로 하나같이 `관료화`를 꼽았다. 1등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도취해 새로운 혁신을 하지 않고 안일하게 시장에 대응,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거대해진 조직 관리에만 역량을 집중하다 보면, 시장 흐름을 놓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어렵다. 노키아가 이런 대표적인 사례다.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회사가 비용관리에만 신경을 쓰자,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결국 유능한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1등 기업이 되면서 고객층의 폭이 넓어진 것도 아이러니하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후발주자일 경우 특정 고객을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하면 되지만, 선두에 나서면 누구를 대상으로 상품을 팔아야 할지 방향성을 잃게 된다.

결국 지속적인 1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통한 경쟁자와 차별되는 우위요소를 꾸준히 찾아내야 한다. 송인성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1등기업은 후발주자에 있을 때처럼 새로운 우위요소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디자인과 성능을 꾸준히 개선하고 고객관리도 철저하게 하는 등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때로는 자기사업을 부정하는 `창조적 파괴`도 필요하다. 기존 사업에 지나치게 매몰돼 새 트렌드에 맞춘 개발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 코닥이 필름사업에 치중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되는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기 상품이 최고라는 자만심에 빠져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한다면 어느새 추락의 길로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주력상품을 갑자기 접는 것은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혁신전략과 유지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트렌드에 발맞춘 신제품 개발도 하는 동시에 광고나 캠페인 등으로 주력상품에 대한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유지전략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동아제약(000640)이 40~50대에 한정된 `박카스`를 입시생이 등장하는 광고나 국토대장정 캠페인 등으로 젊은층을 확보한 것이 그 예다.

김병욱 킴스정보전략연구소 대표는 "기존 주력상품에 대한 소비층을 늘리는 한편, 새 제품 등으로 새로운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면서 "소비 계층을 세분화하면서 좀 더 소비자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고 시장흐름을 읽는 치밀한 전략이 없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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