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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하늘과 바람이 머무는 곳…그 꽃밭 탐나는도다

조선일보 기자I 2009.08.21 11:36:00

강원도 태백 대덕산

[조선일보 제공] 희고 붉고 노란 꽃들이 이슬을 뿌리며 바지를 적셨다. 자작나무 가지 사이로 스민 손가락 같은 햇살이 안개를 관통했다. 희미한 산새 소리와 부지런히 흐르는 맑은 계곡, 착한 벌들의 붕붕 소리가 현실 속 고단함을 지우는 예쁜 산길은 '한강의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검룡소(儉龍沼·강원도 태백시 창죽동)에서 시작해 대덕산 정상(해발 1418m)까지 이어진다. 4시간 정도 걸리는 산길엔 사계절 번갈아 피는 야생화가 길잡이를 자처한다.

◆검룡소 주차장~검룡소까지(1.6㎞/30분)

검룡소 주차장에서 간단한 차와 음식을 파는 매점 너머를 보면 '검룡소'라고 적힌 커다란 돌 표지와 '검룡소 오름길' 안내판이 나온다. 관리사무소에서 주소와 연락처를 적고 안내판을 지나면 편안한 숲길이 시작된다. 왼쪽엔 검룡소에서 솟아 나온 물이 계곡을 이뤄 시원하게 흐른다. 20분 정도 걷다 보면 커다란 '검룡소 오름길 600m' 이정표와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 보전지역' 표지가 서 있는 갈림길이다. '검룡소 오름길' 쪽인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10분 정도 데크를 따라 끝까지 걸으면 건설교통부가 2000년 5월 '한강의 발원지'라고 공식 발표한 검룡소에 닿는다. 매일 2000~3000t의 물을 뿜어내는 깊은 웅덩이는 경쾌하게 찰랑거리는 아래쪽 계곡과는 대조적으로 고요하고 깊고 검다.

▲ 꿈속에서 만난 기분 좋은 아침 산책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시야를 가득 채우는 색색의 야생화와 파란 하늘이 발걸음을 이끄는 강원도 태백 대덕산 / 조선영상미디어

◆검룡소~대덕산 정상(3.5㎞/2시간)

걸어 올라간 길을 다시 내려와 '검룡소 오름길 600m'와 '대덕산·금대봉 생태·경관 보전지역' 표지가 서 있는 갈림길까지 되돌아간다. 이번엔 두 표지 사이에 있는, 덤불에 분필로 그어놓은 듯 가느다란 오솔길로 접어든다. 검룡소 방향의 평평했던 길과 달리 경사가 조금씩 하늘을 향해 기운다.

30분 정도 외길을 따라가면 등산 안내 표지가 세워진 'ㅓ'자 삼거리다. 금대봉 방향인 오른편이 아닌, 분주령 방향인 왼쪽을 택한다. 15분 정도 길을 따라가면 첫 번째 야생화군락지인 '분주령'에 닿는다. 확 트인 푸른 하늘 아래 맑고 시원한 기운이 들판에 머물다 가는 듯, 여린 바람이 보드랍게 온몸을 스친다. 분주령을 포함해 계속 마주칠 야생화군락지는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보존지역으로 노랑갈퀴, 개쑥부쟁이, 금강제비골, 개병풍, 솔나리, 홀아비바람꽃 등 이름도 생김새도 정감 있고 아기자기한 식물이 자란다. 분주령에선 대덕산 정상으로 가는 오른편으로 길을 잡는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야생화군락지가 등장한다. 꽃밭 위를 어지러이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잠자리와 벌들이 '이 예쁜 이슬 꽃밭의 주인은 나'라고 주장하는 듯 쌩쌩하고 경쾌하다. 야생화 군락지 사이에 난 길을 따라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언덕을 25분 정도 오르면 세 번째 야생화군락지다. 들판이 이전 군락지보다 넓고 하늘도 덩달아 커졌다. 이 지점부터 10분 정도 걸으면 숲을 한 번 더 거쳐 대덕산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덕산 정상~검룡소 주차장(3.4㎞/1시간 40분)

360도로 펼쳐지는 정상 위 겹겹 산을 눈에 담은 후 올라온 길 맞은편에 있는 길(정상에 있는 탐방 안내도를 바라보고 오른쪽 방향)로 발걸음을 옮긴다. 길을 따라 20분 정도 걸으면 아까 지나온 분주령―금대봉·대덕산 정상 갈림길에 닿는다. 갈림길까지는 진흙이 많아 미끄러운 내리막이므로 등산화를 꼭 갖춰 신어야 한다. 갈림길까지 숲은 더욱 짙어져 푸른 하늘은 나뭇잎 사이로 간간이 빛날 뿐이다. 갈림길부터 검룡소 주차장까지, 지나온 길을 그대로 되밟아 간다. 약간의 내리막이 걸음에 속도를 붙인다. 먹먹한 숲 속과 아찔하게 화려한 여름 꽃밭에서 빠져나와 물길 따라 현실 속으로 돌아가는 아쉬운 발걸음이 자꾸 뒤를 돌아본다.

촘촘하고 비밀스런 풍경을 즐기려면 물론 약간의 수고와 준비가 필요하다. 계곡물과 산이슬로 축축하게 젖은 길을 안전하게 걷기 위해 등산화와 긴 바지는 필수. 등산 스틱도 있으면 편하다. 아직 유예기간(12월 31일까지)이긴 하지만 원칙적으론 입산 3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1)에 신고해야 한다. 미리 알리지 못했다면 검룡소 입구에 있는 관리소에 이름·주소·전화번호·방문 목적을 적고 들어간다. 카메라 삼각대, 음식물, 애완동물은 함께 할 수 없다. 오전에 걸으면 채 마르지 않은 이슬이 햇살에 반짝이는 '새벽의 마법'을 몸과 마음 가득 느낄 수 있다. 많은 나무에 이름표가 붙어 있다. 수많은 야생화의 이름까지 안다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식물생태사진가 윤주복씨의 '여름 꽃 쉽게 찾기'(진선출판사·1만800원) 같은, 가벼운 꽃 도감을 가져가면 유용하다.


자가용으로: 중앙고속도로 제천나들목→영월·제천 방면→5번 국도 제천교차로에서 의림지·제천바이오밸리·영월·단양·청풍 방면으로 우회전→38번 국도 영월 방면→화전사거리에서 임계·하장 방면 35번 국도로 좌회전→검룡소 이정표를 따라간다.

대중교통으로: 서울 구의동 동서울버스터미널(www.ti21.co.kr ·1688-5979)에서 매일 오전 6시~오후 11시, 태백 가는 버스가 31회 출발한다. 성인 편도 2만1300원이고 3시간30분 정도 걸린다. 기차(1544-7788·www.korail.com)는 청량리역에서 오전 7시~오후 10시40분 7회 출발한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 앞 버스 정류장에서 하장성행 버스를 타면 30분 정도 후에 검룡소에 닿는다. 태백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오후 7시 2~3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하장성 방면 버스를 타고 검룡소 입구에서 내려 검룡소 주차장까지 걸어간다. (기사에게 내려달라고 미리 말해야 편하다.) 일반 900원, 좌석 1100원.

태백시청 관광안내소 (033)552-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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