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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움직임을 시작으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후 전국 지자체가 ‘친일 잔재 청산 조례’를 만들었지만, 이번 사례처럼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 제정 이후 예산을 반영하지도 않고, 직접적인 활동을 하지 않은 곳이 상당수였다. 관련 단체는 지자체들의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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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친일 잔재 청산 조례를 만든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조례 제정 후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조례를 제정한 전국 광역·기초지자체 21곳(조례 23개)의 청산 이행 실적을 전수조사한 결과, 14곳(66.7%)이 조례 제정 이후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조사나 회의, 교육을 빼고 친일 잔재 대상물에 철거, 안내 표시 등 실질적인 조처를 한 지자체는 7곳, 총 230건에 그쳤다.
움직이지 않은 지자체들이 내놓은 답은 대체로 비슷했다. “민원이나 문제 제기가 들어온 적이 없다”(인천·울산·부산), “담당 부서가 이관된 뒤로 한 것이 없다”(제주), “광역단체 용역이 유찰돼 후속 조치가 없었다”(김해) 등이다. 인천은 조례 제정 이후 심의위원회를 한 번도 꾸리지 않았다. 기초지자체로 내려가면 성적표는 더 초라해진다. 조사 대상 8곳 중 친일 잔재 청산 활동을 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 제정 후 일회성 사업만 한 곳도 적지 않다. 강원은 2023년 역대 도지사 친일 행적을 조사해 1명을 표기한 뒤 후속 사업이 없었다. 충남은 2021년 친일상징물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지금껏 한 번도 열지 않았고, 2022년 친일잔재연구위원회를 두 차례 연 것이 마지막 활동이다.
청산 작업을 하고도 주민 반발에 되돌린 사례도 있었다. 성남문화원은 2023년 11월 분당구 백현동 이완용 생가터에 250만원을 들여 친일 행적을 새긴 비석을 세웠다가 주민 반발에 일주일 만에 철거한 바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친일 잔재 안내판을 세우면 부정적 낙인 효과 탓에 땅값이 떨어진다며 소유자나 주민 민원이 많이 발생해 청산 작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물론 조례 제정 후 충실하게 사업을 이행한 곳도 있다. 전북은 2020년 용역으로 일제 잔재 134건을 발굴해 이 중 97건을 청산했다. 올해도 도비 650만원에 시비를 더해 1300만원을 들여 4건을 청산할 계획이다. 광주광역시는 태스크포스(TF) 회의를 16차례 열고 예산 총 810만원을 투입해 친일 잔재 안내문 설치, 친일 교가 수정 등 총 35건을 청산했다. 충북은 2020년 일제 잔재물 31곳을 찾아낸 뒤 지금까지 친일 잔재 총 17건을 청산했다고 전했다. 전남은 이전·철거를 마친 건수만 63건에 달하며 올해 검토 중인 건수만 40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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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같은 허울뿐인 친일 청산 조례에 대해 강제성이 없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진단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처장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지자체들이 우후죽순 일제 잔재 청산 조례를 만들었지만 금세 유명무실해졌다”라며 “조례는 원천적으로 벌칙 조항이 없어 대표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보다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방 사무처장이 2024년 35개 일제 잔재 청산 조례를 분석해 쓴 논문 ‘일제 잔재 청산 조례 분석’에 따르면 조례 발의부터 제정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2.2일에 불과했다. 어떤 사업을 할지 지역 특성을 따지지 않고, 다른 지자체의 조례를 베껴 찍어낸 방증이라는 게 방 사무처장의 분석이다.
그는 이어 지자체들의 청산할 대상이 없다는 해명도 반박했다. 방 사무처장은 “친일 잔재는 지방 곳곳에 널려있고, 조사도 이미 다 했지만 청산 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지자체조차 역사에 관심이 없으면서 배우 하영에게만 돌을 던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한편 소련과 나치 점령을 모두 겪은 라트비아는 2022년 6월 점령 정권을 미화하는 시설물을 철거하도록 하는 법을 시행했다. 국가문화유산청이 기록해 둔 전국 162곳을 문화부·점령박물관 등이 참여한 전문가들이 다시 심사해 69곳을 철거 대상으로 확정했고, 시한 이틀 전 69곳이 모두 철거돼 100% 청산을 달성했다.
우크라이나는 2015년 공산주의·나치 상징 선전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 뒤 5년 동안 987개 도시·마을과 25개 행정구역의 이름을 바꿨고, 거리와 광장 등 지명 5만 1493개, 기념물·표지 2389개를 정비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친일 행위로 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는 특별법(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 등에 관한 특별법)은 존재하지만,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단일 법률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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