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韓 경제, 수출 회복에 기댄 불안한 국면…경기침체 올지도"

장영은 기자I 2024.09.08 11:00:00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주평 보고서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댄 미약한 성장 유지"
"고금리가 소비·투자 심리 억눌러…경기 활력 ↓"
"통화정책 따라 완만한 회복 혹은 경기침체 갈림길"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우리 경제가 상대적인 수출 호조에 기댄 불안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지거나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지난달 초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남대문 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내수 회복 모멘텀의 실종 속 수출 경기 회복력의 약화’라는 제목의 경제주평 보고서에서 “3분기 현재 내수 불황 속 수출 회복에 기대 미약한 성장력을 유지하는 불안한 국면”이라고 국내 경제상황을 진단했다.

연구원은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기저효과(base effect)를 제외할 경우 완전한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고금리로 인해 소비 및 투자 심리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하면서 실물 경기의 활력이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완만한 회복 혹은 경기침체의 ‘갈림길’

향후 한국 경제는 수출 환경의 변화와 통화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완만한 회복 국면이 나타나거나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됐다.



우선 ‘U‘자형 완만한 회복 시나리오(위 그래프 초록색 점선)다. 이는 수출 경기의 회복세가 강화되고, 한은이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할 경우 소비·투자 심리가 개선되면서 내수가 완만한 회복 국면을 보이는 경로다.

다음으로는 ’L’자형 복합 불황 시나리오(위 그래프 회색 점선)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이 현실화되거나 금리 인하가 지연 또는 향후 인하 폭이 미약할 경우 수출과 내수가 동시 부진에 빠지면서 경기 회복 국면이 상당 기간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에 향후 경기를 전망하면서 ‘V’자형 빠른 경기 회복 시나리오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그동안의 상황을 반영해 해당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판단해 배제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 결정 시 주시하고 있는 가계 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고금리로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더 크게 고려한다면 한국 경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오는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 인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수진작·가계부채 연착륙 위한 정부의 미세조정 필요

경기 연착륙을 위한 금리 인하 타이밍을 이미 놓쳤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책 공백기 동안 정부가 소비 진작과 대출 규제를 위한 ‘브릿지 전략’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연구원은 “올해 여름 폭염에 따른 일부 농산물 가격의 급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급 불안 품목에 대한 관세 인하(면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자금 운용 등의 미시적 물가 안정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며 “추석과 10월 초 연휴 기간 동안 해외 관광 수요가 국내로 전환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5)통계청의 광공업출하지수에 대해 2023년 1월을 기준치로 조정한 6개월 이동평균값.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대출 총량 규제를 통한 연착륙을 유도하는 한편, 고정금리 비중 확대를 위해 금융기관을 독려하고 인센티브를 제고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수출 경기 회복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의 수출 호조에 가려진 나머지 업종의 미약한 수출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 방안 모색을 위해 민관의 소통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특히 “미국의 정치 전환기(대통령 교체기)를 맞아 미·중 갈등이 보다 격화될 가능성에 대응해 보호무역주의 강화 및 공급망 불안정성 확대 등의 리스크 요인에 대해 정부 차원은 물론 업종 및 기업 단위에서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