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中, 고강도 ‘대만 포위 군사훈련’…美 “면밀 주시”(종합)

김윤지 기자I 2023.04.09 11:29:47

中, 8~10일 고강도 군사훈련…대만·美회동 보복
美 "역내 평화 보장 역량 충분", 中에 자제 촉구
"중간선 잠시 통과…지난해와 강도 차이" 평가도

[베이징=이데일리 김윤지 특파원]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회동에 대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고강도 훈련으로 대응했다. 대만 주재 미 대사관 역할을 하는 미국 재대만협회(AIT)는 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中, 10일까지 사흘간 대만 포위 훈련

9일 대만을 담당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대만해협과 대만섬 북부, 남부, 대만섬 동쪽 해·공역에서 대만섬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경계 순찰과 ‘날카로운 검 연합훈련’에 돌입했다. 스이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번 훈련에 대해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유착·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자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실상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건도서관에서 진행된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차이 총통은 중미 순방길 미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매카시 의장을 만났으며, 미 당국은 차이 총통의 방미는 그동안 대만 지도자들의 오랜 ‘미국 경유 관행’을 따르는 것이란 입장이다.

동부전구가 공개한 대만 포위 훈련 사진(출처=중국 동부전구 위챗 공식계정)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에 대해 “경유를 가장해 미국과 대만 간의 실질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연방 하원에서 대외문제를 다루는 외교위원회의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미 여야의원들도 지난 6일 대만을 찾으면서 보복 강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푸젠성 해사국은 오는 10일 대만 북부 신주현에서 126㎞ 떨어진 핑탄현 앞 대만 해협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푸저우 해사국과 다롄 해사국도 서해 북부 등에서 실탄 사격 훈련이 예고하는 등 이번 훈련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中훈련 공개로 긴장 고조…美 자제 촉구

동부전구는 소셜미디어(SNS)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첫날 실시한 훈련 영상과 사진, 진행 과정 일부를 공개했다. 동부전구는 훈련에 대해 “연합 작전 체계의 지원을 받아 제해권, 제공권, 정보통제권 등 장악 능력을 중점적으로 검증했다”면서 “임무를 맡은 부대는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의 전투 대비 순찰을 동시에 조직해 대만을 전방위 포위하는 섬 억제 태세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전투기 수십 대가 실탄을 장착하고 중장거리 공중전 대결을 펼치기도 했으며, 육군 장사정 로켓포가 명령에 따라 예정 작전 지역에 진입하기도 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일 오후 4시 기준 전투기와 폭격기 등 군용기 71대가 대만 주변에서 발견됐으며,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공역까지 진입한 군용기가 45대에 달했다. 군함 9척도 대만 해협에서 탐지됐다. 대만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중국이 차이 총통의 미국 방문을 “역내 평화, 안정, 안보를 심각하기 훼손하는 군사 훈련 수행 구실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우리는 ‘충돌 상황을 고조시키지 않고, 분쟁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엄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대만협회(AIT) 또한 중국의 ‘대만 포위 훈련’에 대해 “대만 주변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훈련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자원과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한다”고 9일 성명을 발표했다. AIT는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소통 채널은 열려 있다”면서 “우리가 말했듯 과잉 대응을 위한 구실이 아니라면 오랜 관행이었던 ‘경유’를 다른 무엇으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중국의 자제와 현상 유지를 촉구했다.

동부전구가 공개한 대만 포위 훈련 사진(출처=중국 동부전구 위챗 공식계정)


지난해와 달리 시간차 보복·미사일은 아직

다만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했을 당시 중국의 ‘보복 군사훈련’과 비교하면 강도 차이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중국 군용기가 대만해협 중간선을 잠시 통과했을 뿐이라면서, 이번 군사 훈련은 예상 가능한 수준에서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중국은 대만 해역 일부를 지정해 실탄 사격을 하고, 대만 상공을 넘어가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훈련엔 미사일 훈련 여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중국이 지난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즉각적으로 반응한 것과 달리 이번 ‘보복 조치’는 시간차를 두고 이뤄졌다.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 당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