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증시전망]SVB 폐쇄 충격파…'빅스텝' 예측불허

양지윤 기자I 2023.03.12 11:19:22

美 2월 소비자물가 등 주요 지표 발표
금융 시스템 리스크 부각에 약해지는 빅스텝 견해
국내 증시 관망세…"코스닥, 코스피 대비 기술적 부담 커"
中, '리오프닝 효과' 가늠…"수혜주 가려야"
"증시 조정시 저가매수…철강·화장품株 주목"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가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파산이 현실화하면서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2월 미국의 임금상승 속도도 더딘 것으로 나타나 2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생산자물가를 비롯해 소비판매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주(6~10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24.50포인트(1.01%) 내린 2394.59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외국인은 574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준의 긴축강도 강화 우려와 원·달러 환율 강세, 밸류에이션 부담에 ‘팔자’를 이어갔다.

연초 진정세를 보였던 환율은 파월 의장의 강한 매파적 발언에 영향을 받아 1324원까지 치솟았다.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환손실을 우려해 지난 9일과 10일 이틀간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증시 하방 압력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美 주요 경제지표 대기…SVB 폐쇄 ‘빅스텝’ 변수되나

이번주에도 외국인이 ‘사자’로 방향을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긴축 우려를 뛰어넘는 금융 시스템 리스크 공포감이 투자심리를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융당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위기에 직면한 SVB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금융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금융 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빅스텝을 점치는 견해도 약해지고 있다. 지난 10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이번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0~5.25%로 50bp(1bp=0.01%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39.5%로 전망했다. 전날 68.3%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 금융당국이 재빠르게 나선 만큼 긴축속도 역시 조절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는 이번주에도 관망세가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오는 14일 2월 미국 소비자물가를 비롯해 생산자물가·소비판매(15일), 광공업생산, 선행지수, 3월 미시건대 소비자심리 예비치(17일)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2월 고용 지표 발표 후 다음주는 물가 지표가 대기하고 있어 현재는 하방 재료의 영향력이 큰 구간으로 판단한다”면서 “코스닥은 코스피 대비 기술적 부담도 높은 상황으로 높은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는 다음주 FOMC 금리인상 폭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면서 “2월 고용시장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에 따라서 금리 인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리오프닝 효과·EU 핵심원자재법 초안도 주목

중국의 경제지표도 주목해야 한다. 오는 15일 발표되는 1~2월 소비판매와 산업생산, 고정자산투자 수치는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확산 영향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초기 효과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최 연구원은 “지난주 열린 중국 양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리오프닝의 실제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1~2월 지표도 주목할 만한 이유는 2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 서프라이즈의 근거와 세부 항목에서 회복 우선순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는 기대감 조정의 연장선이 될 수 있지만 중국 정부의 후속적인 정책에 대한 밑그림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오는 14일 공개되는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도 확인해야 한다. 미국과 EU 정상회담, EU의 CRMA 초안을 통해 첨단 산업 보호주의에 대한 세부적인 변화를 엿볼 수 있어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촉발시킨 양측 간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하다. 미국과 EU는 전기차 조립과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CRMA 초안은 이달 발표될 IRA 하위 규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 미국 금리인상 폭 확대에 대한 우려로 강달러와 주식시장 조정이 나타날 경우 저가매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 차원에서는 중국 경기 개선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과 비철금속, 화장품과 의류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순환매 전략에 초점을 두라는 조언도 나온다. 작년 8월 긴축 강화 구간에서 성장성과 양호한 업황, 이익 개선 기대감이 주가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수급과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된 업종을 고려하면 기계, 자동차, 방산, 보험, 필수소비재를 순환매 콘셉트로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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