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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의 mRNA 백신 개발 성공은 미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호흡기 치료제·백신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기업 10여개를 선정, 약 12조원을 쏟아부었다. 아스트라제네카·머크와 희귀질환 치료제·백신을 공동개발 중이었던 모더나도 그 중 하나였다. 모더나는 초고속 작전을 통해 모더나에 임상시험 비용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를 받았다. 이후 3억 도즈(1회 접종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하고 57억5000만 달러(약 6조6000억원)를 추가로 받았다. 덕분에 모더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코로나19 백신을 탄생시켰다.
모더나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는데는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이긴 했지만, 애초에 모더나가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성공적인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덕분이었다. 모더나가 그렇게 전도유망한 기업이 되기까지는 외부 조력자들 끊임없는 지원이 있었다. 2010년대 초반 RNA 기반 치료제들의 연이은 임상 시험 실패로 인해 과학계에서는 RNA 백신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하버드대 데릭 로시 교수와 티모시 스프링거 교수, MIT의 랭거 교수가 mRNA 치료제·백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플래그십 벤처스(Flagship Ventures, 현 Flagship Pioneering)의 벤처 자본가인 누바 아페얀은 모더나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과감한 투자를 했다. 아페얀은 모더나의 최대 주주로 19.5%의 지분을 소유했다. 설립 2년 이후 회사는 “30여년전 재조합 기술 개발 이후 체내 단백질을 만드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RNA 치료법을 개척하겠다”면서 다소 황당한 비전을 내세웠다. 미국의 벤처캐피탈들은 다시 모더나의 꿈에 베팅을 했고 모더나는 4000만달러(4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 2018년 모더나가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했을 때 회사는 6억달러(6900억원)를 확보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 모더나와 같은 바이오벤처가 나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구원투수의 부재’를 꼽는다. 국산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는 제넥신과 셀리드, SK바이오사이언스, 유바이오로직스, 진원생명과학 5군데다. 대기업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면 모두 영세한 바이오벤처다. 이들에게 편성한 정부 지원금은 2000억원 남짓이다. 올해 배정된 예산 1000억여원 중 집행금액은 20%정도다. 결국 한 업체당 지원금은 수십억에 그친다. 기업들은 유상증자와 전화사채(CB) 발행을 통해 임상비용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결국 ‘돈’이다”면서 “정부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투자업계도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할 용기가 있어야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