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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돋보기]"주차하다 날새겠네"…'주차 진상' 해결방안 없나

김나리 기자I 2021.02.27 09:00:00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우리나라 주택의 77%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 등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로 이뤄져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이 같은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알아보고, 매 주말 연재를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과 더불어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살펴본다.

자기 차량을 소유한 공동주택 거주자라면 최소 한번쯤은 주차장에서 다른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주차 진상’을 만나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해도 아파트 내 민폐 주차에 대한 고발성 글이나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상습적인 이중주차에서부터 아파트 진입 통행로에 장기간 주차를 해두는 행위에 이르기까지 주차 진상들의 행태는 다양합니다.

가령 지난 2018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주차위반 경고장을 붙인 것에 대해 앙심을 품은 운전자가 지하주차장 진입로를 7시간 동안 차로 막아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일명 ‘캠리 사건’입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평택의 한 아파트에선 무려 14시간 동안이나 주민들의 주차장 이용이 막히는 ‘제2의 송도 캠리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공동주택 ‘민폐 주차’가 빈번하게 일어남에도 현행법상 이를 강력히 처벌할 수 있는 법 규정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도로교통법에 주차금지구역에 주차하면 경찰 또는 시군 공무원이 차량 이동 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이는 도로 주차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파트 내부 통로나 주차장은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지여서 행정 조치를 강제하기 쉽지 않습니다.

송도 캠리 사건은 차량 주인이 1심에서 일반교통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긴 했지만, 공동주택 내 민폐 주차가 육로 등 일반교통방해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또 주차장에 방치된 차량을 견인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차량을 강제 견인하려면 차량이 2개월 이상 방치돼 있어야 하고 차주에게 이동 요청을 해야 한다는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주차 질서를 과도하게 해칠 경우 과태료 부과 등 적극적인 행정조치를 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차장에서 이중주차나 차량 방치로 다른 차량의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가 다양한 갈등을 촉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만큼 법·제도적인 개선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입조처는 “사유지 내 주차 문제는 기본적으로 사적 영역의 문제이고, 주차장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 공동주택에서 이중주차 등의 행위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도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엄격한 처벌이나 행정력을 통한 처리 보다는 주민간의 협의나 자체적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우선 고려돼야 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수많은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일인데다 자발적인 해결에만 맡긴 채 내버려두기엔 갈등의 빈도와 정도가 심각해져 가고 있는 만큼, 행정의 역할이나 법적 정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입조처의 판단입니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지켜야 하는 ‘관리규약’을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박종화 법률사무소 율터 변호사는 “집합건물 관리규약으로 특정 공용 부분 주차 금지 등을 규정하고 벌칙도 넣어 입주민 스스로가 이를 지키도록 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공동주택 주차장 갈등이 더 심화되지 않으려면 나 자신만을 생각하기 보단 공동체를 먼저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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