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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산중 공수처]①김진욱 "檢과 선의의 경쟁"...'사건 이첩'은 여전히 불씨로

최영지 기자I 2021.02.09 05:50:00

수사정보·사건분석담당관, 처장 보좌 업무 한정 우려
현실 고려 없는 수사·공소부 분리 비판도…''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관건
''검찰과의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 확보도 숙제
김진욱 "검찰과 실무 채널 가동하기로 합의"

[이데일리 최영지·남궁민관·하상렬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직제 제정에 이어 검사 인선까지 속도를 내며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법원과 검찰 내부에서 공수처 조직 및 구성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과 면담을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공수처 ‘수사 정보 수집’, 대검 범정 사찰 ‘답습’ 우려

김진욱 공수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8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예방하고 약 1시간 45분 간 면담을 진행했다. 김 처장은 윤 총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가 검찰 등 수사 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는 이첩요청권과 관련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실무적으로 채널을 가동해 앞으로 협조나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인권 친화적 수사를 위해 검찰과 선의의 경쟁을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공수처가 수사팀 구성을 위한 검사 및 수사관 모집 원서 접수를 마치며 조직 구성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김 처장이 윤 총장과 만나 공수처-검찰 간 실무 채널 가동까지 합의하면서 공수처 본격 가동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외형 상의 진전과는 별개로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조직 구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수사를 총괄하는 공수처 차장 직속의 수사정보담당관과 사건분석담당관을 두고 우려 섞인 목소리가 제기된다. 수사정보담당관과 사건분석담당관의 역할은 고위공직자의 범죄와 관련한 정보 수집 및 관리, 수사 개시 여부에 관한 검증과 평가지만 실제 공수처장을 보좌하는 역할에 그치며 사찰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직 고위 검찰 관계자는 “이들은 공수처장을 보좌하는 직위로 볼 수 있고, 결국 업무도 처장을 개별적으로 보좌하는 업무에 한정될 것으로 보여 조직이라고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과거 대검찰청에도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이 있었지만 검찰총장에게 자료만 제공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하며, 총장 직속 기구로 불렸다”며 “결국 논란 끝에 조직이 축소됐는데, 공수처도 이때와 유사한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검 범정은 대검 차장 직속이었지만, 사실상 검찰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총장 직속 기구’ 성격으로 알려졌고, 사찰 논란으로 대폭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수사정보담당관을 두는 것은 결국 과거 악습들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도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범정의 원래 업무는 동향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었는데, 업무를 하며 수사 대상에 대한 의혹이나 관련 인물들에 대한 사찰 논란이 이어졌고, 결국 비판을 받아 조직 개편으로 이어졌다”며 “공수처에서도 이 조직이 공수처 수사 대상에 대해 사찰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수사·공소 분리는 무리” 지적도…정치적 중립·檢과 관계 설정도 과제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한 점에 대해서도 검찰 내부에서 쓴소리가 나온다. 공수처 직제안에 따르면 3개 수사부와 1개 공판부로 이뤄져 있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일반 사건의 경우 수사부와 공소부를 분리해도 문제가 없다”면서도 “공수처에 이첩되는 사건은 모두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주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양이 방대해 공판 검사가 모두 숙지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수사·공소부 분리라고 비판했다.

김 처장을 포함해 공수처 검사들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공수처가 짊어진 최대 과제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부장검사와 검사 구성이 중요한데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청와대의 하명 수사 기관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일부 재판관들이 “공수처의 권한은 (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 상호 협력적 견제 관계를 훼손하게 된다”는 반대 의견도 냈던 만큼, 공수처가 향후 이 같은 논란에서 벗어나는 것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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