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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초대 공수처장 누구… 닻 올렸으나 갈 길은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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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I 2020.11.02 06:00:00

추천위원장에 조재연, 13일 회의서 후보자 추천 시도
중도진보 성향.. ‘한명숙 재조사’ 요구한 민주에 반박하기도
여 “최대한 빨리 추천”… 야 “살아 있는 권력 수사할 수 있는 인사”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추천위원 위촉식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생산적이고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달 30일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장으로 오른 조재연 법원행정처장이 남긴 말이다. 100일 넘게 공회전하던 공수처 출범을 위한 시계가 돌기 시작했다. 다만 신속한 공수처 출범을 바라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견제하려는 국민의힘의 저항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 공수처장은 누구… ‘중도진보’ 조재연 주도

앞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이끌 조 위원장은 지난해 안철상 대법관의 사의 표명으로 법원행정처장에 임명됐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품을 지녀 법조계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으로 전두환 정권 시절 소신판결로 반골 판사로 불렸다. 중도·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나 ‘친여’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해 민주당이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과거 확정 판결이 잘못이라는 식으로 비치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박하기도 했다.

조 법원행정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것을 놓고 여야 간 잡음을 최소화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인 출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김종철 연세대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국민의힘 몫으로 합류한 이헌·임정혁 변호사의 경우 각 정당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첫 회의 당시 대부분 추천위원이 공정성을 이유로 조 처장이 위원장을 맡아야 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위는 조 위원장을 비롯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여당이 추천한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와 박경준 변호사, 야당 몫인 임정혁·이헌 변호사 등 총 7명이다. 이들은 오는 9일까지 각각 5명 이내의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오는 13일 회의를 열어 논의한다. 만약 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의결한다면 대통령이 이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는 과정을 거친다.

‘빠른 추천 vs 송곳검증’ 공수처장 추천과정 난항 예고

공수처 출범의 최대 관심사는 초대 공수처장을 누가 맡느냐다. 수장이 누구냐에 따라 조직의 성격과 운영 방식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장 주요 후보로 이광범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 조현욱 전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 이정미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하마평에 오른다.

공수처장 추천 과정이 원활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추천위는 최종 후보자를 언제까지 대통령에 추천할지는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 친여 성향의 추천위원은 ‘최대한 빠른 추천’을, 야당 성향 위원들은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인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공수처법상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이 찬성하지 않으면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될 수 없다.

여당 추천인사인 박경준 위원은 “후보 추천을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 말한 데 반해 야당 측 이헌 위원은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할 수 있고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그런(중립적인)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에 정부 여당에서 동의를 해주셔야 공수처 연내 출범이 가능해질 것”이라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같은 대립을 우려하며 목숨을 공유하는 새라는 뜻인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언급하며 “추천위원들께서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의 정신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는 분 추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상대방을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 만큼 협의로 논의해 달라는 의미다.

與野 장외 신경전 치열…민주당, 공수처법 개정 카드 만지작

추천위 구성을 마친 여야는 장외 신경전에 나섰다. 이달 중 공수처 출범을 완수하겠다는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비토권을 경계하며 ‘공수처법 개정’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미 백혜련 의원의 이름으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추천위가 30일 이내에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의결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6일 야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공수처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가 공수처장 추천의 기준이 돼야 한다”며 “추천위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해 신속히 (후보 추천을) 진행할 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공수처법 개정 자체는 부담스럽다. 공수처가 정권 호위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만들어 놓은 비토권을 집권여당이 무력화시키는 것인 만큼 여론전에서 불리하다. 또한 ‘기업규제 3법’을 비롯한 입법 과제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이 남아 있는 만큼 강하게 밀어붙였다가는 정국이 급속하게 얼어붙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이미 공수처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상태이며 여당의 비토권 제한 움직임에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거부권을 행사하면 빼앗겠다고 하는 것은 안하무인 폭거”라며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흠 없는 사람을 민주당이 제시하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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