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영험한 기운 서려 있는 그곳에서 '안녕'을 빌다

강경록 기자I 2020.08.21 05:00:00

계룡산 자락에 있는 3대 사찰을 찾아가다
더없이 고즈넉한 ''신원사''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 ''동학사''
신라 화엄종 10대 사찰인 ''갑사''

동학사 대웅전 맞은편 화단에 핀 수련과 대웅전


[계룡산=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기나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한동안 잠잠해지는 듯했던 바이러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기승이다. 한동안 느슨했던 거리두기의 고삐를 다시 조여야 할 때다. 마음껏 여행하기 힘든 시기, 거리두기를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좋은 곳이 있다. 충남 공주의 계룡산이다. 계룡산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4대 명산 또는 4대 진산의 하나로 꼽혔다. 그 이름만으로도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산이다. 도시의 삶에 지친 이들이 때때로 이곳 계룡산에 발길을 두는 것도 우연은 아닐 터. 산세만 봐도 예사롭지 않음이 느껴질 만큼 좋은 기운이 가득 서려 있다.

신원사 마당에 들어서면 마치 마당 넓은 집의 정원에 서 있는 느낌이다


◇아담하게 꾸며놓은 절집의 고요함에 빠지다

계룡산에는 이름난 사찰이 많다. 계룡산을 동서남북으로 나눠 동쪽에는 동학사, 서쪽에는 갑사, 남쪽에는 신원사가 있다. 북쪽의 구룡사는 현재 절터만 남아 있다. 이 중 단 한 곳만 꼽으라면 신원사를 들 수 있다. 계룡산 자락에 있지만, 그닥 알려진 절은 아니다. 규모도 그렇거니와 이름나기로도 동학사와 갑사 같은 절의 명성에 대면 어림도 없다.

대신 신원사는 더없이 고즈넉하다. 아담하게 꾸며놓은 경내의 풍경이 절의 분위기를 고요하게 끌어간다. 절 마당을 사이에 두고 대웅전과 마주한 자리에서 자라고 있는 고목아래 앉으면 망중한에 알맞은 곳임을 알아챌 수 있다. 대웅전과 일직선 상 마당의 중앙에 오층석탑을 세우고 석탑 양옆으로 석등을 배치한 풍경, 바닥에 잔디를 심고 징검다리 놓듯 정성스럽게 다듬은 돌을 직선으로 놓아 동선을 삼은 풍경이 어딘지 모르게 절제미가 느껴지고 볼수록 마음이 안정된다.

계룡산 산신을 모시고 있는 신원사 중악단


신원사의 사천왕문은 하늘에 닿아있는 듯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마음을 정하게 하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아닐까. 사천왕문에서 복도 같은 진입로 약 50m가 또다시 이어진다. 진입로에 한단 높이 닦여져 있는 신원사 마당에 들어서면 온 마당이 잔디로 덮여 있어 마치 마당 넓은 집의 정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신원사 경내 한쪽에는 솟을대문을 두고 있는 한옥 건물이 있다. 조선시대 계룡산의 산신에게 제사를 올리던 중악단이다. 조선시대에는 묘향산과 계룡산, 지리산에 각각 상악단과 중악단, 하악단을 두고 산신에게 제사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조선 말기에는 기울어져 가는 나라의 부흥을 기원하기 위해 명성왕후가 이곳을 방문해 기원을 올리기도 했다.

비구니의 강원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동학사 대웅전


◇보랏빛 수련의 새초롬함에 마음을 빼앗기다

동학사와 갑사도 빼놓기에 아까운 곳이다. 동학사는 주변 사당부터 여러 암자까지 주변과 어우러진 모습에 사람들이 즐겨찾는 곳이고, 가을 정취가 으뜸인 갑사는 계곡의 물소리와 숲길의 푸르름이 좋다.

동학사 입구 매표소. 이곳에서 동학사까지는 편안한 숲길이다. 비록 흙길은 아니지만, 넓게 다듬어놓은 아스팔트 길이 무성한 나무들과 어우러져 1.5㎞ 정도 뻗어 있다. 누구라도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중간쯤에는 동학사자연탐방로가 있고, 중간중간 놓인 벤치에 앉아 쉬어 가기도 좋다.

그렇게 걸으며 관음암, 길상암, 문수암 등 몇 개의 작은 절을 지나면 어느새 동학사다. 동학사는 비구니 사찰이다. 동학사에는 승가대학인 동학 강원이 있는데, 이곳은 운문사 강원과 함께 대표적인 비구니 강원으로 손꼽힌다. 724년 신라 성덕왕 때 지은 동학사는 절 동쪽에 학 모양의 바위가 있어 동학사(東鶴寺)라 이름 지었다는 설과 고려의 충신이었던 정몽주를 이 절에 모셔 동학사(東學寺)라 했다는 설이 함께 전해진다. 조선 세조 3년부터는 단종을 비롯해 안평대군과 금성대군, 김종서, 사육신 등을 모셔 제를 지낸 절로도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런 의미 있는 고찰이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 없어졌다가 1960년대 이후 중건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웅전에서 나오니 맞은편 작은 화단엔 작은 수련이 봉긋하다. 어린 여승들과도 같은 여린 보랏빛 수련이 새초롬하다. 커다란 연꽃이 아니라 작은 물속에 가녀리게 떠 있는 조그마한 수련이 너도나도 지나는 이의 발길을 붙든다. 수련을 쳐다보고 있자니, 그 작은 물속에 하늘이 비치고 구름이 비치고 내가 비친다. 때 묻은 나를 이 물에 비추어 밝혀볼 수 있을까.

에어컨보다 시원한 갑사계곡


◇ 동학사에서 갑사까지 계룡산을 넘다

동학사에서 남매탑과 삼불봉고개를 지나 금잔디고개를 거쳐 갑사로 넘어간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산길의 청량사 터에는 남매탑이 있다. 두 개의 탑 중 7층탑을 ‘오라비탑’, 5층탑을 ‘오누이탑’이라고 부른다. 이 두탑을 합해서 오누이탑 또는 남매탑이라고 한다. 이 탑들은 고려 시대에 세워졌다고 전하나, 석탑의 양식은 백제식이다.

남매탑에는 하나의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백제 왕족 하나가 이곳에서 수도하는 중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호랑이를 구했는데, 며칠 뒤 이 호랑이가 예쁜 처녀를 업어왔다. 왕족은 이 처녀를 고이 돌려보냈지만, 처녀의 부모는 딸을 다른데로 시집보낼 수 없다 해서 다시 왕족에게 보냈다. 왕족은 처녀를 누이로 맞이해 함께 수도해 마침내 성도했다. 그들이 죽은 뒤 몸에서 많은 사리가 나와 사람들이 이 탑을 세워 오누이를 공양했다는 이야기다.

동학사에서 삼불봉고개까지는 쉼없는 오르막이 이어진다. 하지만 금잔디고개로 내려서면 갑사까지는 줄곧 내리막이다. 갑사는 통일신라 화엄종 10대 사찰이다. 고구려의 승려인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국보인 삼신불괘탱화 외에도 철당간, 동종 등의 보물이 있다.

송현철 한국관광공사 대전충남지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당분간 여행이 어려워진 점을 아쉬워 하며 “대전과 계룡산에는 계곡과 휴양림, 캠핑장 등 멋스러운 거리두기가 많은 만큼 코로나가 안정되면 많이 찾아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많은 문화재를 보전하고 있는 게룡산 ‘갑사’


◇여행메모

▷한국관광공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안전여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여행 전에는 △개인 차량을 이용한 여행계획 수립 △사람이 덜 밀집한 여행장소 선정 △마스크, 휴대용 손세정제 등 준비 △개인용 휴대용 컵과 상비약 준비 △여행지 폐쇄 여부 확인 △확진환자 이동경로 확인 등이다. 여행 중에는 △적절한 휴식 △물을 자주 마시고 익히지 않은 음식 주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시 여행 중단 권고 등이다. 여행 후에는 △확진환자의 이동경로와 날짜가 겹칠 경우 발열과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 또는 관할 보건소에 상담 후 조치하기 등이다.

계룡산 자락에 있는 갑사의 공우탑. 갑사는 화엄종 10대 사찰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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