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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6년 만에 연매출 70억원…농촌경제 살리는 청년농
오천호(38) 대표가 2012년 하동에 설립한 에코맘산골이유식은 유기농 제품과 차별화한 배송 시스템으로 고객 신뢰를 얻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창업 6년 차인 지난해 연 매출 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의 두 배인 15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연내 회사 이름을 지리산 천왕봉의 높이를 뜻하는 ‘1915M’로 바꾸고 고령자를 위한 죽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에 그치지 않았다. 채용 규모가 51명으로 늘었다. 100% 지역민으로 뽑았다. 지역 내 211개 농가로부터 친환경 쌀을 사들였다. 약 41억원 규모다.하동군 전체 쌀 농가 수익의 약 10%에 이르는 액수다. 서울 백화점 매장엔 지역 농가 제품을 함께 전시한다.
전남 구례군 피아골 지리산 등산로에 자리 잡은 지리산피아골식품 김미선 대표(31)는 23세 때인 2011년 고향에 돌아와 이곳 특산품인 고로쇠 수액으로 차별화한 프리미엄급 된장·간장과 냄새 안 나는 청국장 등을 개발했다. 지난해는 연매출 7억원의 어엿한 강소기업이 됐다. 김 대표는 6년째 피아골 이장으로 활동하며 이웃 농산물의 판로를 함께 모색한다. 청년농 커뮤니티인 4H의 전남 여성정책부장을 맡아 전국적으로 강연 활동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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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남 구례로 귀농한 지리산해담농원 이지예(42)·김용일 부부도 이중 하나다. 귀농 첫해인 지난해는 친환경 고추를 생산해 얻는 수익은 500만원. 아직 정부의 청년창업농 지원사업(귀촌 3년 동안 월 80만~100만원 지원)이 없었다면 생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3년 내 수익을 정상화한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당장 올해 고추 생산면적을 0.2헥타르(㏊)로 3배가량 늘렸다.
지난해 전남 구례에서 수박하우스를 시작한 청년창업농 정강석(25)씨는 한국농수산대학 졸업 후 농사하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해 지난해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아직 기술이 부족하거나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로 골치를 썩이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다보면 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었다. 이지예씨는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지만 처음부터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라며 “(판매)가격만 잘 유지된다면 충분히 고소득을 올릴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처음엔 주위 편견·질투에 어려움…소통·상생으로 극복”
하지만 청년들의 농촌 창업·귀농의 현실은 만만치 않다. 귀농하자마자 이게 로망이 아닌 현실임을 알게 된다. 자리를 잡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다. 또 그 이후에도 농촌 지역사회 안에 녹아내려 구성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성공한 농업경영체는 지역 농가에 혜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주변의 시기와 질투도 뒤따른다.
청년농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소통과 상생 노력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에코맘산골이유식이 총 5억원을 지역민 복지 개선에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매출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주변 고령농가에 영양 죽을 제공해 온 덕분에 ‘죽사장’이란 애칭도 얻었다. 오천호 에코맘산골이유식 대표는 “하동군 280여 가공업체 직원 뒤엔 3만 농민이 함께 한다”면서 “지역 가공업체는 지역 농민과 함께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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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도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극심한 농촌 고령·공동화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9개월 동안 소액의 비용으로 농촌에서 실제 농업을 체험해보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전국 8곳에 운영한다. 올 한해 1400개 마을에서 기존 지역민과 귀농귀촌인의 교감을 돕는 ‘찾아가는 융화교육’을 펼친다.
그럼에도 농촌·농업 자체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해 지원 대상과 규모를 늘리고 내실을 키워달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부모님의 뒤를 이어 10여년 째 하동군에서 차(茶) 농장을 운영하는 강동오 대표(53)는 “정부 지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농민도 애틋한 마음을 갖고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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