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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life] 사업자 명의 대여와 과세

이승현 기자I 2019.04.06 10:00:05

명의 대여자가 실제 사업주 존재 증명해야
영업관리·대여자 계좌사용·세금 자진신고 등 고려



[장보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 사업을 할 때 세금과 자격, 경제적 신용 등의 이유로 실제 사업자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하는 게 아니라 배우자나 부모, 형제 자매, 친구 등 이름으로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보통 이런 경우 명의 대여자에 불과한 사업 명의자는 그 사업의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알지 못 하고 당연히 그에 관한 수익도 분배받지 못할 것이다.

이 같은 명의 대여 행위에 대해 조세범 처벌법 제11조는 조세의 회피 또는 강제집행 면탈을 목적으로 타인의 성명을 사용해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또 명의 대여자에 대해서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명의 대여 행위에 대한 이 같은 형사처벌은 논외로 하고, 명의 대여를 해 줬는데 실사업자가 세금을 체납해 명의 대여자에게 과세처분이 나오면 그는 실제로 사업을 운영한 적이 없고 수익을 얻지도 않았는데 억울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명의 대여자에게 과세 처분이 이뤄지면 명의 대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사업 명의자와 실사업자가 다른 경우 과세관청에선 우선 사업 명의자가 실사업자가 아님을 알 수 없으므로 사업 명의자에게 과세처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명의 대여자는 사업으로 인한 수익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명의 대여자가 과세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

이에 관해 국세기본법은 제14조(실질과세) 조항에서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名義)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 명의자 외에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과 수익 등이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사실상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관해 법원은 “국세기본법 제14조가 천명하는 실질과세 원칙에 비춰 과세의 대상이 되는 소득과 수익, 재산, 행위 또는 거래의 귀속이 명의일 뿐이고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을 때에는 그 자를 납세의무자로 하여 세법을 적용해야 하고 실사업자 외에 따로 명의자에게 과세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은 그러나 “명의 대여는 실사업자와 합의하에 탈세를 조장하는 행위로서 외부에선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우므로 과세관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 명의자를 실사업자로 봐 과세를 하면 되고, 이것이 실체 관계와 다르다는 이유로 사업 명의자가 아닌 별개의 실사업자에게 실질 과세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한 주장과 증명 책임은 명의자 과세를 다투는 자에게 있다”고 했다.

법원은 실사업자인지 여부에 대해선 △영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했는지 △명의 대여자 계좌를 사용했는지 △자진해 세금신고 납부를 했는지 등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한 바 있다.

국세기본법의 실질 과세 원칙상 실제 사업자에게 과세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명의자로선 본인이 단순히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고 실사업주가 따로 있음을 입증해야 할 증명 책임을 지게 되므로 현실적으로 그 입증에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명의 대여자 앞으로 예금통장을 개설하고 그 통장으로 신용카드 매출 대금 등을 받았다면 금융실명제 하에선 본인이 거래한 게 돼 실사업자를 밝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명의 대여 행위는 이 같이 불이익이 매우 크기 때문에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만약 명의 대여 행위를 해 명의자에게 과세처분이 있게 되면 명의자 본인은 단순히 명의 대여자에 불과하고 실사업자가 따로 있음을 밝힐 수 있는 정황을 최대한 확보한 뒤 과세처분에 대해 다퉈야 할 것이다.

☞장보혜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8기 △콘텐츠 공정거래 법률자문위원 △서울중앙지방법원 조기조정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이사(93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박영수 특검) 특별수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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