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임신중단 합법화' 논의 재점화

조해영 기자I 2019.03.08 06:25:00

낙태죄 처벌 형법 269·270조 위헌 여부 4월 헌재선고 앞둬
여성계 "자기결정권 보장 위해 낙태죄 폐지해야"
"태아도 엄연한 생명"…종교계 등 반대 여론도 거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29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단을 위한 국제 행동의 날 기념 ‘269명이 만드는 형법 제269조 폐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헌재) 앞에서는 1인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낙태(임신중단·임신인공중절)죄를 처벌하는 형법 269·270조의 위헌을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이 진행하는 이 1인 시위는 8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헌재가 다음 달 중으로 낙태죄 처벌에 대해 위헌 여부 선고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낙태죄를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태아의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낙태죄를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여성계 “여성만 처벌하는 현행법 부당”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등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과 직결된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낙태를 불법으로 보고 여성만 처벌하는 현행 법은 몸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1인 시위에 참여한 김모(48)씨는 “낙태죄가 폐지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낙태를 하는 여성이 생겨나진 않는다”며 “생명 존중과 여성만 처벌하는 현행 제도의 부당함은 서로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낙태 합법화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모임 비웨이브(BWAVE)는 지난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18차례에 걸쳐 시위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16일 열린 18번째 시위에는 주최 측 추산 약 36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오는 9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올해 처음이자 19번째 낙태 합법화 촉구 시위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임신인공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참여 여성 1만명 가운데 75.4%가 `형법 269·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여성들은 개정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하면 여성만 처벌하는 점 △현행 불법인 인공임신중절이 여성을 위험한 환경에 노출시키는 점 △출산은 개인(가족)의 선택인 점 등을 주로 꼽았다.

◇“태아 살해할 권리 누구에게도 없다” 반대 여론도

반면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헌재 앞에선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의 1인 시위뿐 아니라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의 1인 시위와 기자회견 등도 수차례 열렸다.

지난달 18일 헌재 앞에서 열린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의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국제연합(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의 압박을 빌미로 낙태의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여성계와 의료계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태아를 살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낙태죄 폐지는 생명경시와 출산기피 풍조를 심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헌재는 낙태죄 처벌 조항에 대해 합헌을 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여성은 “세 아이의 엄마로서 태아의 생명보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중요시하는 낙태죄 폐지 주장 측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낙태죄 폐지 주장은 한때 태아였던 자신마저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과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은 UN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헌재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낙태죄폐지반대국민연합이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