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17년도 공연계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진상조사를 통해 조직적으로 억압과 차별이 이뤄졌음이 밝혀져 경악케 했다. 사드로 촉발된 ‘한한령’은 중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고자 한 공연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공연계의 오랜 적폐인 임금체불 문제도 반복됐다. 이는 공연기획사 대표의 자살로 이어졌다.
그러나 기대도 생겼다. 뮤지컬 ‘캣츠’는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시대를 열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작곡가 최재혁·소프라노 이혜진 등이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우상하며 K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 민요 록 밴드 ‘씽싱’은 특별한 홍보도 없이 해외에서 주목 받으며 유튜브 영상 10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공연계를 6가지 키워드로 갈무리했다.
△‘적자의 악순환’ 공연계 대표 자살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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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는 결국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지난 8월에는 ‘대학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최진 아시아컨텐츠브릿지 대표도 90억 원의 부채에 대한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수로 프로젝트’ 등 20여 편의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며 의욕적으로 창작활동을 해온 최 대표는 배우 및 스태프 출연금 미지급 사태 등에 시달리다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3주 뒤 목숨을 끊었다. 공연시장의 기형적 구조가 심화하면서 공연계 몸담은 개인이나 집단 모두 잠재적 회생파산 대상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캣츠, 200만 관객 시대 열다
활기 잃은 뮤지컬계 오랜만에 희소식이 들렸다. 뮤지컬 ‘캣츠’가 16일 기준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 시대를 열었다. 창작 뮤지컬 ‘명성황후’가 2007년 100만 관객의 포문을 연 지 10년 만이다. 이번 흥행은 뮤지컬 소비 인구 확대, 지방 시장 개척 등 한국 뮤지컬의 성장사와도 겹친다. 200만 관객 돌파는 누적 매출액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문화상품이 생겼다는 의미다.
캣츠는 지난 198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했다. 이후 30여 개국 300여 개 도시에서 롱런하고 있는 대표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1994년 첫 내한공연 이래 24년간 10차례의 서울 공연(본 공연 8회·앙코르 2회)을 펼쳤다. 총 공연시간만 무려 3870시간, 24시간 쉬지 않고 161일간 공연한 수치다.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 수도 각각 263명, 3000여명에 달해 100명 규모의 30개 업체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온 셈이다. 롱런 비결은 무엇일까.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의 정교한 동작과 춤, ‘메모리’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넘버가 강점이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최초로 지방투어에 도전해 신규 관객을 발굴한 점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인 연주자 콩쿠르 대거 우승
‘K클래식’이라 할만하다. 한국인 음악가가 입상한 국제 콩쿠르만 올해 9개다. 작곡가 최재혁은 ‘제72회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작곡 부문에서 우승한 데 이어 소프라노 이혜진이 독일 쾰른에서 열린 ‘쾰른국제음악콩쿠르’ 우승했다. 지난 10월엔 피아니스트 홍민수가 리스트 국제 콩쿠르 2위에 입상했다. 닷새 후 지휘자 차웅은 토스카니니 국제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등에 오르며 주목을 받았다.
단연 돋보였던 건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다. 지난 6월 세계 권위의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는 이미 세계 권위의 콩쿠르에서 7번이나 우승한 경험이 있어 콩쿠르 부자 혹은 사냥꾼으로 통한다. 내년까지 100회 넘는 공연이 예정돼 있을 만큼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인기 연주자로 급성장했다. 지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의 활약도 눈부시다. 올해 미국 카네기홀 연주 데뷔와 독일 베를린필과의 협연을 모두 이뤄내면서 K클래식의 위상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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