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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찍어라! 그리고 꿈을 향해 달려라!”
국내 광고·패션계의 톱 포토그래퍼 조선희는 평생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직진을 거듭했다.
“대학 1학년인 1990년 사진 동아리 겨울 방학 과제를 하던 어느날 누른, 완전 수동 카메라 FM2의 셔터 소리에 반해 사진가가 되기로 맘 먹었다”고 했다. 조 작가는 무수한 톱스타들을 피사체로 한 감수성 짙은 포트레이트(Portrait·인물사진)로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올라섰다.
대학 졸업 후 김중만 사진작가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프로 세계에 뛰어든 조 작가는 20대 후반에 아프리카에서 자신의 커리어상 최고의 전환점을 맞은 이후 성공 가도를 본격 달리기 시작했다.
“20대 후반 어느 날 크리에이티브디렉터 고(故) 우종완 씨의 부탁으로, 다큐멘터리 촬영 차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하러 간 배우 이영애 씨의 모습을 찍으러 혼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갔는데 호텔에서 며칠을 기다린 끝에 만난 이영애 씨는 이미 봉사활동을 다 끝낸 상태였죠. 나도 모르게 서러워 펑펑 울어 버렸고 결국 제작진의 배려로 촬영 장소와 비슷한 곳에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그 사진 중 하나가 강남의 한 유명 백화점에 걸리게 되면서 내 경력에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조 작가는 “그 사진을 본 한 의류 브랜드에서 나한테 전화를 해 와 ‘같이 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그 이후로 제대로 된 보수와 대우를 받고 일을 하게 됐다”며 “인연이라는 건 점과 점들이 만나 선이 되듯 어느 한 순간에 딱 이뤄지는 게 아니라 어떤 하나의 연속선상에서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믿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 작가는 주저 없이 ‘교감’을 사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조 작가는 모델(피사체)과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과정에 공을 들이며 최고의 작가로 거듭났다. 조 작가는 “어렸을 때 김수현 작가나 백남준 작가의 인터뷰 사진을 찍으러 가면 난 사진만 먼저 찍고 오는 다른 사진가들과 달리 인터뷰가 끝난 이후까지 계속 자리를 지키며 모델들에 대해 알아가고 친해지려는 노력을 했다”며 “모델들도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잘 찍어줄거야’라는 나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자기를 잘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외에는 특별한 취미랄 것도 없다”는 ‘사진 밖에 모르는’ 조 작가는 미래에 ‘그냥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30대 후반의 어느 날 우연히 프랑스의 어느 미술관에서 헬뮤트 뉴튼(패션 사진계의 거장)의 사진 전시회를 관람한 적이 있는데 500~600장의 사진 중 그 사람의 절정기 사진들은 전부 50대에 찍은 사진들이라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 47세인 내가 50대가 되면 좀 더 생각이 깊어지고 넓어지며 더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데 먼 훗날 대중들에게서 커머셜(광고) 사진가, 패션 사진가가 아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작업, 내가 말하고 싶은 것들을 말해 온 ‘사진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사진 작가를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조 작가는 ‘끈기’를 강조했다. 조 작가는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인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꿈이 너무나 쉽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네 멋대로’와 ‘꿈을 향해’만 기억하지 말고 시련을 참고 이겨내 자기 것으로 만들며 뭔가를 이뤄 내는 자세가 절실하다”고 했다.
조 작가는 10월 25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리는 제 6회 이데일리 W페스타(세계여성포럼 2017)에서 국내 광고·패션계의 톱 포토그래퍼로 성장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도전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날 조 작가는 Scene 1 물음표(?) ‘묻고 또 물을 때 나를 찾는다’에서 배우 홍수현의 모더레이트 아래 서수민 TV 프로듀서와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www.wwef.or.kr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