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네이버(035420) 주가가 정부의 규제와 성장성에 대한 의심으로 6월초 최고점을 찍은 후 20% 넘게 하락했다. 그러나 네이버의 성장동력은 유효하단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스피커와 검색 엔진의 결합이 기업가치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4차 산업혁명의 중심주가 될 것이란 평가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네이버 주가는 연초 이후 6월 9일 장중 사상 최고치인 97만5000원까지 상승해 25.5% 급등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집단 지정, 방송통신위원회의 포털 규제에 성장성 우려까지 겹치면서 연내 상승분을 모조리 반납했다. 주가는 외려 연초 이후 1.9% 가량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2.1% 올랐고 같은 업종인 카카오(035720)가 무려 98.8%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외국인은 네이버를 연초 이후 23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지난해 매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0%대씩 성장했으나 올해는 2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이 4.6%, 3분기와 4분기에도 3.7%, 5.2%에 불과해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515억원, 2966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13.7%, 5.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네이버 페이의 월 평균 거래액이 6000억원에 육박하는 등 커머스 매출이 47%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공지능(AI) 스피커 ‘웨이브’ 등에 대한 마케팅비와 연구용역비 증가는 부정적이다.
그래도 성장 동력이 꺾이진 않았단 분석이다. 권 연구원은 “검색서비스인 쇼핑카메라 출시와 AI 스피커를 통한 데이터 수집 확대 등 AI에 대한 투자 강화가 네이버 핵심 역량인 검색 퀄리티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 성장률이 올해 한 자릿 수에서 내년 19%로 높아질 전망이다. 웨이브는 두 차례 걸친 사전 판매에서 완판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3분기 관련 매출액은 약 10억원으로 미미하지만 네이버의 첫 하드웨어 매출이 처음 가시화된단 측면에서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웨이브는 15만원 수준으로 경쟁사(카카오 미니 11만9000원) 대비 비싸다.
네이버가 지분율 80% 가량을 보유한 라인(Line)의 경우 7월 ‘라인 게임즈’ 설립으로 향후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블리치` 등의 사전 예약이 진행중이고 달빛조각사 등 RPG(롤플레잉게임) 장르로 서비스가 확대될 예정이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부터 태국에 라인의 알뜰폰 사업인 라인 모바일이 진출했고 독일에서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 라인라이브 서비스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비교할 때 성장성은 카카오가 더 크지만, 주식 가격에 대한 메리트는 네이버가 더 우위란 분석도 나온다. 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내년 예상 주가순이익비율(P/E)이 24.8배로 글로벌 동종업종 대비 높지 않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 투자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경우 74.3배에 달한다.
정 연구원은 “네이버는 4차 산업혁명 관련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다”며 “이런 점이 기업가치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성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산업 규제와 매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로 단기 상승 여력은 다소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