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깜짝'보다 '꾸준한'이 낫다…내실 다지기 나선 김한

권소현 기자I 2017.09.18 07:37:57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방은행은 살아 있는 것, 생존 자체가 중요합니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취임해 JB금융지주 회장이 되고 광주은행장을 겸임하기까지 7년을 숨 가쁘게 달려온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작았던 JB금융을 빠르게 키워놨다. 이제 자산규모는 어느 정도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요즘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건전성이다. ‘생존’을 언급한 것도 바로 내실경영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깜짝실적보다 꾸준한 실적…깜짝 인사도 해봤더니 별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JB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김 회장은 지난 7년을 되짚어보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전북은행에서 시작해 우리캐피탈을 인수하고 우여곡절 끝에 광주은행까지 품에 안으면서 7조3000억원이었던 그룹 자산규모는 어느덧 50조원 가까이로 불어났다. 이렇게 덩치를 키워놓은 것을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사실 쉽지 않았다. 김 회장은 자신이 증권가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었던 만큼 은행권 안팎에선 우려도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자산을 급격하게 키우는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신뢰로 바꿔놓는 데 7년이 걸렸다. 그만큼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 광주은행이 따로따로면 장기적으로 오래 버틸 수가 없다”며 “금융시장이라는 곳이 어떤 쇼크가 생길지 모르는데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하나의 우산 속에 있으니 쇼크가 생겨도 감내하고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제 자산규모는 키울 만큼 키웠다고 본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본거지로 삼고 있는 전북과 전남, 그리고 광주광역시의 인구와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자산규모를 키울 수 있는 여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김 회장은 “여기서 적당히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지금부터는 내실을 기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증권업계에 오래 몸담았지만 기업금융(IB) 등을 통해 한번에 베팅하는 수익모델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한번에 돈을 크게 벌면, 언젠가는 또 크게 깨진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김 회장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하면서도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은 사이클을 탈 수밖에 없으니 수익의 범위가 너무 크게 출렁이지 않게 가져가야 금융도 오래 갈 수 있다”며 “깜짝 인사도 해봤는데 나중에 별로 좋을 것이 없길래 인사도 예측가능하게 한다”고 활짝 웃었다.

◇수도권 공략하고 해외에도 진출

안정을 기하면서 천천히 성장할 방법이 있을까. 김 회장은 지역의 성장 한계에 따른 부족함은 해외 진출과 수도권 공략으로 채울 예정이다.

지난해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최초로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을 인수했다. 김 회장은 “캄보디아에서는 인수 후 첫해인 올해부터 이익이 꽤 날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적으로는 전북은행의 이익 절반 정도를 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으로도 적극 진출 중이다. 사실 지방은행은 과거에도 수도권 상륙작전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뼈아픈 상처만 안고 퇴각했다. 광주은행만 해도 수도권에 8개 점포를 두고 있다가 2개로 줄였고 전북은행을 비롯한 다른 지방은행도 다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김 회장이 다시 수도권으로 가자고 외쳤을 때 직원들의 우려와 반발도 상당했다. 김 회장은 전북과 광주지역의 인구조사를 기초로 2040년대를 그려보라고 제안했다. 광주광역시에도 60세 이상이 20% 넘는다면 농촌에 노인만 있듯 도시에도 노인만 있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우리나라 부(富)의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수도권으로 가야하지 않겠냐고 설득했고, 노조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렇게 수도권과 다른 대도시로 진출했다.

전북은행은 현재 수익의 40%를 전북 외 역외지역에서 창출하고 있다. 나중에는 전북에서 40%, 역외에서 60%의 수익을 내는 구조로 바꿀 계획이다. 그래야 전북에서 정체되더라도 안정적으로 수익원을 가져갈 수 있고,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광주은행도 현재 광주지역에서 75%, 수도권에서 25%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를 앞으로는 60%, 40%로 맞출 예정이다.

다만, 서울 곳곳에 점포를 두고 있는 시중은행과 직접적 경쟁은 피할 생각이다. 수도권 부자가 아닌 월급쟁이를,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을 타깃으로 시중은행이 커버하지 못하는 니치마켓을 공략할 계획이다.

신용등급 4~5등급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도 JB금융이 노리는 영역이다. 시중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지만, 철저히 수익창출이라는 목표에 부합할 경우에만 인수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지주회사니까 업권별로 자회사를 둬서 모양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실질적으로 돈을 벌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가 아니면 인수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고령화 속도 가장 빠른 전라도…사회공헌 고민

지역은행은 은행의 전략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공공성을 계속 유지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김 회장 생각이다. 예대마진이 높아 은행이 편하게 돈 벌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처럼 빠듯한 상황에서는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은행의 존립 이유 중 하나가 공공성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전라남북도는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곳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바로 전남으로 21.4%다. 유엔의 분류 기준으로 이미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상태다. 전북은 18.8%로 ‘고령사회’의 기준인 14%를 넘어섰다.

노령층에게 인터넷·모바일뱅킹은 언감생심이다. 간단한 입출금을 위한 자동화기기(ATM) 사용도 낯설어 한다. 요즘처럼 디지털금융으로 빠르게 옮겨가면서 은행들이 영업점을 줄이면 금융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김 회장이 생각해낸 것이 바로 어르신점포다.

시범적으로 3개를 운영하고 있다. 어르신이 오면 더 혜택을 제공한다.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시골에 있는 영업점에 가장 손님이 몰리는 날이 바로 25일이다. 노인복지수당이 나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 점포에서 고객 500명까지 응대한 적도 있다. 그래서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점포다.

김 회장은 “이러한 금융약자를 흡수해줄 수 있는 은행이 지방은행과 농협 밖에 없다”며 “어르신 전용 점포를 유지하려면 꾸준히 비용이 들어가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권 경제의 혈맥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해 꾸준히 사회공헌을 하는 금융기관이 바로 김 회장이 그리는 JB금융지주다.


김한 회장은 누구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증권맨을 거친 독특한 이력으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까지 올랐다. 삼일회계법인과 제너럴모터스, 동부그룹을 거친 후 대신증권 임원을 지냈다.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기업구조조정 위원을, 2004년 메리츠증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다. 2010년 전북은행장에 선임된 데 이어 2013년 7월 초대 J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됐다. 2014년 JB금융에 광주은행이 인수되면서 광주은행장도 겸임하고 있다.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다.

▲1954년 서울생 ▲1972년 경기고 졸업 ▲1977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2년 미국 예일대 경영학 석사 ▲1984년 동부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1993년 대신증권 국제본부 본부장 ▲1997년 와이즈 디베이스 대표이사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기업구조조정 위원 ▲2004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08년 KB금융지주 사외이사 ▲2010년 제10대 전북은행 은행장 ▲2013년~ JB금융지주 회장 ▲2014년~ 광주은행장



대담 : 송길호 금융부장

정리 : 권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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