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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①김두철 IBS 원장 "AI·드론은 기초과학의 결정체"

박진환 기자I 2016.12.19 06:30:00

"그간 한국은 응용과학에만 투자한 결과 신기술 못찾아"
"어려울수록 기초과학에 더 투자해야..100년 뒤 준비"
"산업계에 일부 기능 맡겨야..R&D 지원 방식도 변화"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1차와 2차, 3차 산업혁명이 철도와 증기기관 등 새로운 기계와 전기, 컴퓨터에 의한 단편적인 기술 변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과 로봇, 생명과학 등 과학기술간 융·복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이세돌 9단과의 대결로 유명해진 인공지능 알파고를 비롯해 자율주행차,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은 여러 응용과학의 융복합 이전에 기초과학의 결정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국가들 역시 기초과학 강국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빈약한 기초과학 인프라로 인해 아직도 후발주자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기초과학을 책임지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김두철 원장은 “자율주행차, 알파고 등 인공지능은 기초연구를 통해 밝혀진 기술의 종합”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은 수십년 동안 닦아온 기초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당장의 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했다기 보다는 과학자 스스로 재미를 갖고 시작한 것이 지금의 기술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과학강국은 기초와 응용과학 조화돼야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원장은 “기초과학은 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단기간에 달성하려고 하면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지원시스템은 응용과학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데다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각 대학별로 몇몇 교수들의 개인연구로만 이뤄졌고, 한국연구재단이 유일한 지원 창구였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현대에 와서 기초와 응용의 구분이 없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의 특징은 목적성이 없는 것으로 우연성이 강조됩니다. 우연한 발견에 의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게 기초과학이죠. 선진국은예전부터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응용과학이 이어져 왔습니다. 기초와 응용과학의 조화로운 발전이 과학강국으로 도약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이 산업기술에 필요한 연구만 집중해왔고, 그동안 좋은 성과를 내오기는 했지만 한계에 부딪쳤다는 게 김 원장의 진단이다.

김 원장은 “그간 한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지원은 개인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각각의 교수들이 제각각 연구를 진행하면서 진정한 집단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2007년부터 하나의 도시를 중심으로 학문·창의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해 내보자는 취지로 과학벨트 사업이 구상됐고, 집단·장기연구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IBS 설립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기초과학은 100년 뒤를 내다보는 투자

김두철 IBS 원장은 “앞으로 정부가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에 연구역량은 있지만 연구비를 지원 받지 못하는 젊은 과학자들이 아직도 많다”고 강조했다.

젊은 과학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최근의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어려울때일수록 길게보고 더 투자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1930년대 대공황 속에서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곳은 아인슈타인과 여러 석학들을 중심으로 20세기 미국 학문의 중심지가 됐습니다. 경기침체를 이유로 과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거나 줄이면 100년 뒤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어려울때수록 길게 봐야 하며, 더 적극적으로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 연구개발( R&D) 투자에 대한 변화도 주문했다.

김 원장은 “한국의 국가재정 400조원 중 20조원이 국가 R&D로 쓰여진다. 그러나 이 재원의 상당 부분이 기초연구가 아닌 다른 부분에 쓰이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면서 “정부는 응용과학 중 산업계에 넘길 부분은 과감히 넘기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할 부분만 집중해야 한”라고 조언했다.

■김두철 원장은

김두철 IBS 원장은 통계물리학에 정통한 세계적 석학이다.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0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1974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전기공학과에서 이학박사(통계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고등과학원(KIAS) 원장을 지냈고, 서울대 교육상, 대한민국정부 근정포장, 제20회 수당상(기초과학부문) 등을 받았다.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과학기술한림원(KAST)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2014년 9월 IBS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이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IBS 본원 원장실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이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IBS 본원 원장실에서 기초과학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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