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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70년]공룡중국 다시보기- `핀테크 제국` 꿈꾸는 텐센트

김경민 기자I 2015.01.04 11:1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은행? 인터넷 기업? 우리는 바로 인터넷 은행입니다.”

중국 3대 인터넷 기업 가운데 하나인 텐센트(중국명 텅쉰·騰訊) 자회사인 웨이중은행(微衆·위뱅크)의 공식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쓰여져 있는 문구다. 텐센트는 민영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산업으로의 진출 본격화와 함께 핀테크 제국의 설립을 공식 선언했다.

◇ 카피캣에서 핀테크 선도주자로 변신

사진=웨이중은행(위뱅크) 웹사이트 캡처
2일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텐센트는 지난해 7월 민영은행 설립 승인을 받은 웨이중은행의 웹사이트를 열었다. 개인, 기업, 해외 금융 서비스를 아우르는 중국 첫 민간 인터넷 은행의 탄생을 예고한 것. 아직 웹사이트에는 웨이중은행의 간단한 소개로 연결되는 QR코드만 제공하고 있지만, 공식 서비스가 임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BAT(바이두·알리바바·텅쉰의 앞 글자에서 따온 말)라 불리는 3대 중국 인터넷 기업 가운데 전자상거래 1위 업체인 알리바바는 일찍부터 금융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사업 분야와 연관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게임시장과 온라인 메신저 등에 주력하고 있던 텅쉰의 금융업 진출은 다소 의외였다. 특히 웨이신은 카카오톡의 후발주자였음에도 금융서비스는 오히려 한국보다 먼저 선보이며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도 단번에 벗어 던졌다. 웨이신은 다음카카오톡보다 1년 늦은 2011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매우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어 그대로 베꼈다는 지적이 많았다. 1998년 중국 최초로 선보인 무료 인터넷 메신저 서비스 역시 미국 IT기업 AOL의 메신저 서비스 ICQ를 모방한 것이었다.

◇ 모바일 금융에서 보험·증권까지

텐센트가 금융 쪽으로 발길을 돌린 것은 인터넷 관련 유료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2000년 초기 선보인 컬러링 등 부가서비스들이 통신업체에 의존도가 크다는 점도 자체적인 모델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됐다. 텐센트는 주요 은행들 계좌를 연동시키는 전자지급 플랫폼인 텐페이(tenpay)로 지난 2013년 인터넷 금융업에 진출했다. 또 인터넷 금융 소액대출회사를 만들었고 리차이퉁(理財通)이라는 재테크 금융상품을 선보여 출시 하루 만에 8억위안이라는 거래 규모를 기록했다. 올해는 금융서비스업체 후이리엔(彙聯)과의 제휴를 통해 부동산 관련 금융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보험, 증권 등으로의 사업 다각화도 이어가고 있다. 궈진증권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한 후 매매·투자·자산관리 등 증권업무의 기반을 만들었고,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2위 보험사인 중궈핑안(中國平安)보험에 대규모 투자도 결정했다.

◇ 세계 최대 시장의 힘..정부 지원은 덤

텅쉰이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다. 중국 네티즌의 97%가 사용한다는 QQ메신저는 10억명의 이용자 수를 자랑한다. 웨이신의 이용자 숫자도 5억명이나 된다. 텅쉰은 게임과 메신저 시장에서의 성공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이보다 더 큰 전자상거래 시장을 공략해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금융 시범 사업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정부 차원의 핀테크 육성책을 확대해가고 있다. 게다가 관련 규제도 까다롭지 않아 진입장벽도 낮은 편이다. 중국은 금융업 수요 증가와 금융개혁을 위해 민간금융기관 설립과 규제 완화에 나서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마웨이화(馬蔚華) 전 자오상은행장은 “텅쉰이 금융산업에 본격적인 진격에 나서면서, 은행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인터넷 보급률 상승으로 텅쉰 등 IT업체들의 진입에 따른 금융 지형은 계속 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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