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국회 미방위에서 700MHz 주파수를 당장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용도로 줘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하는 가운데, 표준 문제로 시간을 두고 지상파 UHD 방송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분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상파 UHD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국가 자산인 주파수를 좀 더 효율적으로 쓰려면 관련 기술 및 국제 표준 동향을 지켜보는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기술기준으로 삼는 것은 ‘유럽식 표준(DVB-T2)’으로 2009년 표준화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북미 표준(ATSC3.0)’ 기반 기술 개발에 성공해 향후 유럽식 표준과 미국식 표준이 조율돼 국제 표준화되는 추세를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이 북미는 물론 유럽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 이하 ETRI)은 최근 하나의 송신기로 하나의 방송채널에서 4K UHD와 이동형 HD 방송을 동시에 서비스가 가능한 ‘LDM(2개 이상의 방송신호를 서로 다른 계층으로 분할 전송) 기반 차세대 지상파방송 기술’을 처음으로 시연했다.
현재 지상파 DTV방송과 지상파 DMB방송은 서로 다른 송신기와 방송채널로 서비스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송신기 절약은 물론 주파수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ETRI는 본 기술을 실제 구현해 시연까지 성공함으로써 이 분야 국제표준 기구(ATSC)에 상정, 미국식 국제 표준(ATSC 3.0)으로 채택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ETRI는 보유 핵심 기술을 차세대 유럽 방송규격(DVB)에도 제안, 전 세계 방송 시장에서의 기술 영향력을 높일 예정이다.
김흥묵 ETRI 방송시스템연구부 지상파방송연구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지상파 UHD를 하면서 유럽 전송방식을 써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성·LG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은 새로운 전송기술을 개발해북미 표준에 넣으려한다”면서 “북미 표준이 나오면 6메가 한 채널에서 UHD도 하고 이동하면서도 채널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아무래도 5년 전 만들어진 유럽식 표준보다는 북미 표준에 최신 기술이 많이 들어가고 있다”면서 “북미 표준 문서 초안은 내년 3, 4월 경, 표준 확정은 내년 말로 예상되는데, 우리나라가 지상파 UHD를 하려면 국가표준도 필요하고 미래부 고시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실험용 주파수를 가지고 하고 있는 서비스는 유럽식 표준에 따른 것인데, 국제 추세를 보면서 전송기술 표준 등을 정해가야 할 것”이라면서 “지상파 UHD를 안정적으로 서비스하려면 최신 기술 흐름에 맞는 주파수 소요량, 각 대역별 국가별 혼선 여부 등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