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의 매출이 급증했고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모바일 게임업체도 주목받았다. 모바일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무선통신 장비 투자가 늘었고, 모바일 결제가 늘면서 보안의 중요성도 커졌다. 수많은 수혜주가 증시를 ‘들었다 놨다’하는 가운데 마지막에 웃을 기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10년 전 ‘그때’와 마찬가지로 플랫폼 업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999년 말 정부는 ‘사이버 21 정책’의 하나로 100만원 이하의 PC 보급사업을 시작했다. 국민PC 사업은 시행한 지 6개월 만에 43만대가 넘는 PC를 보급하는 성과를 보였다. PC 보급이 늘면서 컴퓨터제조업체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엘렉스컴퓨터 등이 1차 수혜주로 주목받았다. 이어 국민PC에 탑재될 소프트웨어 공급업체인 인성정보, 한글과 컴퓨터 등이 수혜주로 떠올랐다. PC를 기반으로 인터넷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KTH 등도 수혜주로 꼽혔다.
국민PC 사업을 시행한 지 14년이 흐르고 인터넷을 통해 가장 돈을 많이 번 업체는 따로 있다. 분할 전 NHN이다. PC 제조업체가 제조 단가를 낮춰 집집이 PC를 설치하고, KT와 SK브로드밴드 등이 초고속 인터넷망을 안방까지 연결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네이버’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찾았다. 광고주들은 네이버를 통해 광고했고 NHN은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NHN은 지난해 영업수익 2조3893억원, 영업이익 7022억원, 순이익 54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
◇스마트폰 보급, 기기업체 ‘첫 수혜’
시간은 흐르고 2009년 애플의 아이폰 3GS가 국내에 들어왔다. 이번엔 정부가 나서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빠르게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불과 4년 만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7.6%로 올라갔다. 세계 1위에 빛나는 기록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올라가면서 국내 증시에서는 또다시 수많은 수혜주가 나타났다. 스마트폰 후발주자인 삼성전자는 특유의 제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 상대를 하나둘 제치고 애플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전체 영업이익 가운데 48.8%를 차지했다. 이는 애플이 차지한 영업이익 비중 48.3%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다. 갤럭시 시리즈를 내세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업체로 올라섰고 주가도 100만원을 돌파해 올해 초에는 158만4000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성공 열매를 함께 나눈 부품업체들 주가도 고공 행진을 펼쳤다. 스마트폰 부품 대장주로 꼽히는 파트론 주가는 아이폰 도입 직후인 2009년 말 5000원선에 불과했다. 이후 주가 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지난 5월30일 2만6000원을 기록했다. 3년5개월 만에 주가는 420% 상승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부품을 생산하는 옵트론텍은 2012년 한 해 동안 240% 이상 올랐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무가지를 내려놓고 스마트폰을 잡으면서 ‘국민게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은 전 국민 가운데 2000만명 이상 즐긴 국민게임으로 등극했다. 모바일 게임 시장 성장 가능성을 목격한 투자자들은 게임빌과 컴투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주가는 자연스레 급등했다. 게임빌은 지난 2011년 말부터 2012년 말 사이에 168% 올랐다. 모바일 게임이 돈이 된다는 것을 입증되자 너도나도 모바일 게임 개발에 나섰다. 초기 모바일 게임 시장은 PC 온라인 게임과 비교했을 때 개발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어갔다.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았다.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등급 심사가 결정된 게임 숫자가 2009년 638개에서 올 상반기 17만개로 급증했다. 흥행 산업인 게임시장에서 신규게임 출시가 늘어난 것은 게임업체의 게임 흥행 확률을 크게 떨어트린다. 게다가 기존 흥행 중인 게임의 매출 발생기간도 짧아질 수밖에 없다. 게임 개발업체의 수익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최근 모바일 게임업체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는 이유다.
◇플랫폼 모바일‘왕좌’ 등극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모바일 게임 등의 이익 증가세가 주춤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 분야는 플랫폼으로 이동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선 모바일 플랫폼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입자 수가 10억명을 넘어선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1300억달러(한화 약 137조원)에 달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2분기에 매출액 18억달러, 영업이익은 5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광고 매출은 16억달러로 88%를 차지했다. 모바일 광고의 비중은 41%로 1년 만에 11%포인트 늘었다. 모바일 광고 매출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LTE 네트워크가 확산하면서 페이스북과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활성 사용자와 데이터 트래픽이 늘고 있다. 광고 효과를 노리고 광고주가 몰리면서 모바일 광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과 ‘라인(LINE)’은 모바일 플랫폼으로 진화 중이다.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능에서 벗어나 모바일 게임 유통 기능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다. 앞서 모바일 게임 시장의 경쟁 심화가 게임개발 업체 수익성 둔화로 이어졌지만 플랫폼 업체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 특정 게임의 흥행 여부, 매출 지속기간과 관계없이 모바일 플랫폼의 게임 매출은 전체 게임 시장 성장과 함께 점점 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은 게임뿐 아니라 만화, 음악, 뉴스, 날씨, 운세, 동영상,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씩 추가하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사용 시간을 늘려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모바일 광고로 수혜 확대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이 성장한 것과 같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새로운 광고 방식이 진화하고 있다. 특히 불황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소비 경향이 똑똑해지는 것은 모바일 메신저의 광고 플랫폼 가치를 높이고 있다. 소비자는 같은 제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사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사거나 온라인을 통해 가격을 검색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항상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은 좋은 검색 수단이 될 수 있다. 모바일 광고 시장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카카오의 카카오톡 과 네이버 라인에 대한 기업가치가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카카오톡과 라인의 가입자 수는 각각 1억2000만명, 2억8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카카오의 현재 가치를 2조원으로 추정한 상태에서 실제로 거래가 이뤄졌다. 카카오는 직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리사주 가운데 25만주를 삼성증권이 설계한 ‘비상장주식 편입 특정금전신탁’에 넘겼다. 주당 7만9560원씩 총 199억원 규모다. 현재 카카오 발행주식 수를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2조원이 넘는다. 내년 말 상장할 때 가치가 5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보다 가입자 수가 많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입자를 늘리고 있는 라인의 현재 가치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라인의 상장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30조원까지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네이버가 공룡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업체들도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최근 NHN에서 분할 상장한 네이버 주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도 모바일 메신저의 무한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18th SRE’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18th SRE는 2013년 11월13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161, mint@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