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10년뒤 삼성전자의 모습은 어떠할까? 10년뒤를 예측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전자산업에 있어서 10년뒤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과거를 투영해 미래를 전망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20년전쯤 소니와 파나소닉, NEC, 히타치, 토시바와 같은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오늘날 삼성전자와 같은 입장이었다. 내수시장이 넓다 보니 많은 전자기업들이 존재하였을 뿐, 이들 기업들은 당시 가전왕국의 일원으로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들은 70년대와 80년대를 통하여 글로벌 넘버원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이들 기업들의 활약으로 일본 경제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지만 일본 정치가와 관료들의 잘못으로 80년대 후반에 버블이 발생하였고 90년대에 버블이 붕괴되자 마자 일본 경제는 급격한 침체기에 돌입하게 되었다. 더구나 이 시기에 일본의 생산가능 인구마저 줄게 됨에 따라 일본 경제는 저성장의 나락에 떨어지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이 시기가 일본 전자기업들의 변곡점이었다. 하루 빨리 과거의 성공을 잊고 과감한 변혁을 일으켜야 했던 시기였다. 또한 하루 빨리 경제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야 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성공이 실패의 어머니인 것처럼 일본의 전자기업들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해 버렸다.
이 틈을 파고 든 것이 삼성전자였다. 일본 전자기업들의 코밑에 숨어서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한 기업이 삼성전자였다. 먼저 일본기업들이 석권하고 있던 반도체 분야를 파고 들더니 이곳에서의 성과를 기반으로 TV와 휴대폰 분야를 잠식해 들어갔다. 2009년에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일본을 뒤흔들어 놓은 삼성쇼크가 발생하였지만 이미 게임은 끝난 뒤였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의 전자기업으로 등극한 반면 일본의 전자기업들은 나락으로 추락하였다. 산요는 망하고 샤프는 팔려나갔으며 파나소닉과 소니는 누적적자에 신음하고 있다. 1990년대 세계 최고 기업들로 굴림 하던 일본의 전자 기업들이 20년만에 빈사상태에 놓여지게 된 것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간 일본기업들의 입장을 투사해 보면 10년뒤의 삼성전자가 오늘날과 같은 번영을 구가할 수 있을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그러하였던 것처럼 삼성전자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해 과감한 변혁을 일으키지 않거나 새로운 도전을 게을리 한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당시 일본 경제가 그러하였던 것처럼 한국경제도 지난 5년간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급격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정치가들과 관료들은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대기업을 옥죄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2017년을 전후해 생산가능 인구마저 줄게 된다면 한국 경제의 저성장은 더욱 고착화될 것이다.
이 틈을 타고 하이얼이나 레노버, 화웨이와 같은 중국기업들이 초스피드로 삼성전자를 추격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 기업들은 삼성전자가 일본 전자기업들을 추격하였던 노하우를 철저히 학습하면서 삼성전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 일본의 전자기업들이 20년만에 삼성전자에 당했다면 삼성전자는 10여년만에 중국의 전자기업들에게 당할 수 있다. 이미 이러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어 등골이 오싹하다.
삼성전자는 하루빨리 과거의 성공을 빨리 잊어야 한다. 그리고 반도체와 TV, 휴대폰을 이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육성해야 한다. 그래야 10년뒤에도 삼성전자는 거뜬히 존재할 것이며 그 덕에 우리 국민들 모두가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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