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국내 대학의 문을 두드린 김모(19) 군은 대입 원서비로 100만원이 넘는 돈을 썼다. 김 군이 보통 수험생보다 원서비 지출이 컸던 이유는 재외국민전형으로 지원했기 때문. 김 군은 “서강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등 6곳의 대학에 원서를 썼더니 전형료가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며 “대학들이 재외국민전형료만 비싸게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동안 사립대들이 재외국민전형료를 일반전형보다 세 배 이상 비싸게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사립대들은 매년 입학전형료 장사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챙겨왔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 원서비 평균 15만원 수준
2013학년도 대입에서 전국 사립대 113곳은 재외국민전형을 통해 총 3540명의 신입생을 뽑는다. 재외국민전형이란 해외 근무가 불가피한 상사 주재원의 자녀 등이 국내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로 수능 점수 없이 다니던 해외학교 성적과 국내대학 자체시험, 면접으로 뽑는 곳이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재외국민전형 특성상 수험생들은 대부분 전문대가 아닌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편”이라며 “특히 수도권 주요 사립대에 재외국민전형 지원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6일 이데일리가 수도권 주요 사립대 20곳의 2013학년도 재외국민전형료를 전수조사한 결과 평균 15만원 정도의 원서비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형료는 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숭실대·숙명여대·인하대 등 6개 대학이 20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이어 ▲연세대·한양대·한국외대·경희대·이화여대·아주대·홍익대·단국대·세종대 15만원 ▲동국대 13만원 ▲건국대·성신여대·국민대 12만원 ▲중앙대 10만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대(9만원)와 경북대(10만원), 부산대(6만원) 등 국립대의 재외국민전형료는 사립대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반전형의 원서비는 대학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평균 5만원 수준. 재외국민전형료는 일반전형료의 3배를 넘는 금액이다. 게다가 재외국민전형으로 의학계열이나 예체능계열에 지원할 경우 전형료가 25만원으로 치솟는 대학이 적지 않았다.
◇ 인건비 명목으로 전형료 올려
주요 사립대들은 재외국민전형료가 비싼 이유에 대해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 A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재외국민 전형은 서류심사와 필기(영어·논술·한국어능력시험)시험,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뽑는 대학이 많아 주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B대학 입학처 관계자도 “필기시험 출제위원 합숙비와 고사장 비용 등 추가로 소요되는 경비도 무시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요 사립대들이 인건비 명목으로 재외국민 전형료를 지나치게 비싸게 받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재삼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서류심사나 필기고사도 어차피 교직원들의 근무시간에 이뤄지는 만큼 추가 비용 발생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며 “사립대들이 인건비를 핑계로 비싼 전형료를 받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