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는 “현행 헌법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고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만들어 여야 모두로부터 견제와 협력을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12월 대선 출마를 이미 선언한 정 전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정치가 만병의 근원인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민 갈등의 원인이 되는 정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의 핵심은 투명성”이라며 “정부와 국회, 특히 정당 운영에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 민주주의가 살아 숨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전 대표는 이와 함께 “정치 갈등의 중심에 지나치게 막강한 권력이 자리잡고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놓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방식의 경쟁을 여야가 하다보니 극한 투쟁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진단했다.
정 전 대표는 이를 위해 ▲장관 등 고위직 임명의 국회 상임위 의결 의무화 ▲국회의 예산 심의권 강화 ▲권력형 비리 수사를 위한 상설 특검 설치 ▲정책 협의를 위한 여야대표 정례 회동 ▲감사원 지휘권의 국회 이관 등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아울러 “정당 민주주의를 살려 정치가 국회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중앙당, 당대표 폐지 ▲공천 제도의 상향식 수정 ▲정당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정당 국고보조금 폐지 ▲기초의회 선거의 정당 공천 폐지 ▲소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
정치 대전환으로 국민 통합을
우리는 정치가 만병의 근원인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합니다. 국민을 통합시켜야 할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장래를 표와 바꾸는 악업을 쌓고 있습니다.
저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약속했습니다. 국민의 마음이 하나로 될 때 우리는 기적의 역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국민갈등의 원인이 되는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투명성입니다. 정부와 국회, 특히 정당운영에서 투명성이 확보될 때 민주주의가 살아 숨쉴 수 있습니다. 한국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투명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은 당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도 투명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어찌 보면 통합진보당보다 못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정치개혁의 요체는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의 권한행사와 정당의 운영은 투명하게 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정치 갈등의 중심에는 지나치게 막강한 권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왕적 대통령 자리를 놓고 여야가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경쟁을 하다보니 극한투쟁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거수기가 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게 됩니다.
저는 현행 헌법 내에서도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로 분산시키고 국정운영을 투명하게 해서, 여야 모두로부터 견제와 협력을 받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
첫째, 장관 등 국회 청문회 대상인 고위직을 임명할 때 국회 상임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겠습니다. 역대 대통령이 관행적으로 무시해온 국무총리의 장관 임명제청권을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이 문제는 모든 대통령 후보들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겠습니다. 예산안의 국회 제출시기를 앞당기고, 예산안 시정연설을 국무총리에게 대독시키는 관행을 깨고 직접 하겠습니다. 국회도 예산 심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준비하면 좋겠습니다. 개헌을 통해 예산편성권 자체를 국회로 넘기는 방안도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을 설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정책협의를 위해 여야대표와 정례회동을 하겠습니다.
다섯째, 개헌을 통해 현재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또 한가지 필요한 것은 정당의 개혁입니다. 정당 개혁의 요체는 투명성의 확보입니다.
우리의 헌법 8조는 정당은 그 목적과 조직, 활동에 있어서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의 정당은 특정 정파에 휘둘려 국민과 국회 위에 군림하는 조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이 동등한 자격을 갖고 활동해야 할 국회가 정당간의 전투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정당민주주의를 살려서 우리의 정치가 국회를 중심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정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국회의 만성적인 갈등구조에 마침표를 찍어야 합니다. 폐쇄적 밀실에 있던 정치를 어둠에서 끌어내 국민과 함께 하는 열린 광장으로 나오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첫째, 중앙당을 폐지해 원내중심의 정당을 만들고 당대표를 없애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당이 국회 안으로 들어오면 비용이 절감되고, 당대표 대신 원내대표가 당을 지휘함으로써 국회 중심으로 정당을 운영하고 계파정치의 폐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 정당의 공직후보 추천권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려야 합니다. 공천제도를 현재의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으로 바꾸고, 비례대표를 포함한 모든 공직후보의 추천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특히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 후보는 완전국민경선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셋째, 정당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현재의 정당 국고보조금 제도는 폐지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국고보조금 제도는 1980년대 초 이른바 관제야당이 등장할 때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국민과 유리된 정당이 단순히 국회의원 선거결과만으로 국민의 동의 없이 국고보조금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1인 지배체제의 정당, 애국가도 부르지 않는 정당들에 수천 억, 수백 억 원의 세금이 들어가는 것을 국민들은 원치 않을 것입니다. 정당은 스스로 돈 안 쓰는 구조를 만들고, 당비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키워야 합니다.
넷째, 기초의회 선거의 정당공천을 폐지하고 소선거구제를 도입해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정당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권위주의적 민주주의, 대결적 민주주의에서 탈피해 통합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도록 하겠습니다.
2012. 5. 13.
제18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정 몽 준